[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과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김경준 씨를 회유ㆍ협박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사는 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7년 12월4일 <시사IN>은 “이명박 이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라는 제목 하에 기사를 게재하면서 김경준씨가 검찰청 조사에서 자신의 장모에게 써 줬다는 메모지 사진을 함께 실어 보도했다.
김씨가 작성한 메모에는 “지금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제출한 서류 가지고는 이명박을 소환 안 하려고 해요. 그런데 저에게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그렇지 않으면 7~10년. 그리고 지금 누나랑 보라(아내)에게 계속 고소가 들어와요. 그런데 그것도 다 없애고. 저 다스와는 무혐의로 처리해준대. 그리고 아무 추가 혐의는 안 받는대. 미국 민사소송에 문제없게 해주겠대”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시IN은 기사에서 <검찰이 김경준씨에게 반대 정당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이명박 후보 이름을 완벽하게 빼주면 형량을 줄여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이보라씨는 “검찰은 남편 혼자 이면계약서를 위조했고 훔친 도장을 찍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부장검사와 담당검사가 새벽 4시까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12년을 구형하겠다고 협박했다”라고 말했다. 김경준씨는 그동안 “이면계약서를 만들 때 이명박씨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둘이서 각각 도장을 찍었다”라고 진술했는데, 검찰이 이를 번복하라고 했다는 얘기다>라는 등의 내용을 도보했다.
검찰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및 김경준에 대한 소위 BBK 투자자문회사 관련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검사 10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인 당시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았고, 특수1부의 김기동 부부장검사가 수사를 통괄ㆍ지휘했다.
시사IN의 보도 후 대통합민주신당은 2007년 12월10일 ‘김경준을 회유ㆍ협박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등의 사유로 최재경 부장검사와 김기동 부부장검사를 포함한 수사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 후 2007년 12월28일 이 같은 의혹 등을 재수사하기 위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별검사가 임명돼 특검이 진행되기도 했다.
2008년 2월 특검은 수사결과에서 “검찰수사와 관련해 수사검사의 회유ㆍ협박에 의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김경준의 주장은 그 자체로 믿기 어렵고,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수사검사의 회유ㆍ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최재경 부장검사 등 특별수사팀(검사 10명)은 “김경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하기 위해 법정에서의 구형량을 수단으로 김경준을 회유 협박해 김경준으로 하여금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한 바 없음에도, 기사를 통해 마치 검사들이 회유ㆍ협박해 김경준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검사들이 공직자로서 가지는 자긍심과 사회적 명예 및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시사IN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한호형 부장판사)는 2009년 1월 사시IN 기사에 실명이 거론된 최재경 특수1부장과 김기동 부부장검사에게는 각각 1000만 원, 나머지 수사팀 검사 8명에게는 각각 200만 원 등 3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도를 접한 일반 독자들은 검사들이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한 유리한 처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법원에 대한 구형량을 수단으로 피의자(김경준)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므로, 이 기사로 인해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그들의 명예가 훼손됐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2011년 4월 BBK 특별수사팀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검사 10명)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직무집행이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이 사건 기사는 김경준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이명박 후보자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김경준에게 회유 등을 했다는 것이어서, 검사인 원고들의 직무집행이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따라서 기사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그 감시와 비판 기능이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사는 공공적ㆍ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할 것이고, 이 기사는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검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것으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기사에 의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이 기사는 공직자 또는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ㆍ비판ㆍ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최재경 중수부장 등 검사 10명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사건이 배정되자 이들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주심 대법관인 신영철 대법관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사들은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하루라도 빨리 엄정한 재판을 통해 저희들의 억울함을 확인해 주시고 피고들의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해 주실 때 비로소 이 땅에 사법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3일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BBK 특별수사팀 검사 10명이 주간지 시사IN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찰 등 국가기관의 수사과정에서의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대상이 돼야 한다”며 “특히 공직자 또는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의 수행을 하는 언론보도의 특성에 비춰, 언론보도의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공직자의 공직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에 관해 어떤 의혹을 품을 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 사항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의혹사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등의 감시와 비판 행위는 언론자유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보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이런 언론보도로 인해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고,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에서 수사기관이 아니고서는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데도 수사내용에 대해 국민의 의구심을 없애기에 아쉬움이 있었던 일이 없지 않았고, 바로 이런 경우에 정당이나 언론의 역할이 필요함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며 “이 사건과 같이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이면 수사과정의 적법성과 공정성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므로, 수사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기사는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BBK 사건에 관한 검사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것으로 공적 관심 사안인 한편, 피고 주진우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김경준의 메모지와 녹음테이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했고, 이 사건 기사가 기자의 의견을 보류하고 메모 내용을 옮기거나 김경준 가족의 진술을 인용하는 중립적 태도로 작성된 점 등에 비춰 공직자에 대한 감시 비판 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 내의 것으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평가되지 않아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 “‘검찰이 BBK 김경준 회유’ 보도, 명예훼손 아냐”
BBK 수사팀, 시사IN과 주진우 기자 상대 명예훼손 따른 손해배상소송 패소 기사입력:2012-08-23 15: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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