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두개 이상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회사가 설립 절차상 하자가 있는 새 노조와 교섭을 해왔다면 기존 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파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부품 등을 생산하는 S사의 근로자들은 2001년 8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조로부터 조직형태를 분회에서 ‘지회’ 설립을 승인받았다.
그런데 S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2000년경부터 서울 소재 공장을 처분하고 안산에 새로운 공장을 건축하는 사업계획을 추진하던 중 ‘지회’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2001년 11월부터 2002년 1월까지 지회장을 비롯해 안산공장으로의 인사발령을 거부한 조합원 모두를 징계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지회 조합원이었던 L씨는 2003년 3월 금속노조에 노조 임원 모두가 해고된 상태임을 이유로 임원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금속노조는 임시총회 개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L씨는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에 임시총회 소집권자 지명요구를 해 2003년 6월 자신을 소집권자로 지명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이틀 뒤 노동사무소로부터 ‘2003년 2월27일자 제명처분으로 금속노조 조합원 신분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임시총회 소집권자 지명취소 통보를 받았다. 당시 L씨는 반조합적 행위와 조합비 5개월 미납 등으로 금속노조로부터 제명처분을 받고 재심 중이었다.
그러나 L씨는 2003년 6월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지회장으로 선출된 후 사실상 금속노조를 탈퇴하며 회사 내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관할관청으로부터 노조설립 신고증까지 받았다.
이에 금속노조는 임시총회와 관련해 L씨에게 다시 제명처분을 통보하기도 했다. 당시 선행(기존에 있던) 지회의 조합원들은 해고자들까지 포함하면 143명이었는데 당시 총회에는 그 중 안산공장에 근무하던 52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한편, 해고된 조합원들은 중앙노동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징계해고의 당부를 다투어 29명을 제외하고는 2003년 2월(16명 복직) 또는 2007년(26명 복직)에 순차로 복직했다.
선행 지회장은 L씨가 회사의 새 노조로 활동을 계속하자 2005년 9월 재적조합원 87명 중 63명이 선거를 통해 Y씨를 선행 지회장으로 선출했다. 금속노조는 수년에 걸쳐 수십 차례S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특히 2008년 들어 노사문제 해결 등을 위한 단체교섭 요구안을 보내며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반면 S사는 ‘2004년경 이후부터 선행 지회가 아닌 후행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 왔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는 “이는 명백한 헌법과 노조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을 부정해 S사가 부당하게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의정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강성국 부장판사)는 2009년 4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전자부품 생산업체 S사를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피고는 정당한 이유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않고 응해야 한다”며 임금 및 근로시간, 복리후생, 고용보장 등에 관한 교섭사항 등 5개 교섭사항에 응하라”고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금속노조는 “선행 지회에서 후행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2003년 7월 총회 결의는 소집권자 아닌 자가 소집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정족수에도 미달해 무효”라며 “따라서 법적으로는 선행 지회가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봐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항소했다.
반면 S사는 “2003년 7월 조직형태 변경 후 후행 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해 와, 원고 금속노조는 기존 노조와 조직대상이 중복돼 복수노조에 해당해 단체교섭권은 인정될 수 없고, 응할 의무도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2010년 6월 “L씨를 지회장으로 선출한 임시총회와 조직형태를 변경한 총회 결의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인 이상, 원고는 여전히 피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며 ▲노동조합 활동 보장에 관한 사항 ▲단체교섭에 관한 사항 등 13개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총회의 소집이나 의결절차가 법령이나 조합규약에 위배되는 하자가 있는 때에는 총회에서의 결의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며 “L씨 등 조합원들은 2003년 6월 L씨가 관할 노동사무소로부터 임시총회 소집권자 지명취소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임시총회 개최를 강행해 L씨를 지회장으로 선출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임원의 선거와 해임에 관한 총회 결의에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하고,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총회 결의에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L씨를 지회장으로 선출한 총회나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한 총회 당시 조합원 총수는 143명인데 재적조합원 과반수에 미달하는 52명만이 참석해 금속노조 탈퇴 및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결의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리고 각 총회 당시 L씨 등 안산공장 근무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의 규약에 따라 조합비 미납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돼 있었음에도 임원 선거를 위한 총회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피선거권이 제한된 L씨를 지회장으로 선출했으며,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총회 결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절차상 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선행 지회에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가 인정되고 이와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설립이 있었다고 본다 하더라도 노조법 규정에 저촉되는 복수노조는 기존 노조인 선행 지회가 아니라 오히려 신규로 설립된 후행 노동조합”이라며 “원고가 복수노조에 해당돼 단체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S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S사를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단체교섭을 이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L씨를 지회장으로 선출한 2003년 6월 임시총회 결의는 무자격자가 임시총회를 강행한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원 선임을 위한 의사정족수에도 미달해 무효이고, 이같이 지회장 자격을 갖추지 못한 L씨가 소집해 개최된 2003년 7월 임시총회에서 원고 지회의 조직형태를 산별 노조에서 ‘S사 노동조합’이라는 기업별 노조로 변경한 결의도 절차상 하자 및 의사정족수 미달 등의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 “새 노조 설립절차 하자?…기존 노조와 교섭해야”
절차상 하자 및 의사정족수 미달한 총회 ‘무효’ 판단은 정당 기사입력:2012-08-19 19: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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