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 빅엿’ 양심판사 <국민판사 서기호 입니다> 출간

서기호 국회의원과 오마이뉴스 대표 시민기자 김용국 법원공무원 대담 기사입력:2012-07-19 21:43:00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12년 2월 17일은 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날이다. 사법부의 판사 지위를 박탈당했지만 그 대신 ‘국민판사’라는 호칭을 얻은 것이다”

지난 2월 대법원 연임(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사법부 법복을 벗고,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판사’라는 법복을 입고 통합진보당에 들어가 우여곡절 끝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아니 서기호 국회의원이 출간한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라는 책의 첫 마디다.

서울북부지법 판사 출신 서기호 국회의원이 펴낸 책

이 책은 법원공무원이자 오마이뉴스의 대표적 시민기자인 김용국씨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서기호 전 판사와 대담형식으로 나눈 솔직한 담백한 내용을 담고 있어 독자들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서기호 의원이 서울대 학생 시절 학생운동으로 콩밥 먹은 사연과 판사의 꿈을 이루게 된 것부터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파동 당시 중심에 섰던 일화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으로 골프를 끊은 사연까지 읽을거리가 다양하다.

또한 서기호 전 판사가 말하는 ‘국민판사’가 바라본 대한민국 판사들, 판사의 소신을 가로막는 것들, 형식으로 전락한 판사회의, 재판을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 엘리트 판사들이라는 소주제 편에서는 날카롭게 동료 판사들과 사법부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판사 서기호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과 법원은 그를 조용히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결국 그는 소신대로 살기로 결심했고, 이제 법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속에서 소신을 펼치려고 한다. 이런 그에게 사람들은 ‘국민판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법부 판사에서 ‘국민판사 서기호’가 된 이유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2012년 2월 17일 낮 12시 무슨 일 있어나?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판사 법복을 입은 서기호 판사 서울북부지방법원 정문 분수대 앞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국민과 소통한 사법부의 양심 서기호 판사 퇴임식.’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노조와 시민단체가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시민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법관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판사를 ‘국민판사’로 임명하고, ‘正’자가 새겨진 국민법복을 입혀주었다. 함께 일했던 판사와 직원들은 서기호 판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죄책감에 가슴 아파했다. 사람들은 서기호가 다시 법원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법원 주변 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어두었다.

서기호 의원은 1970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29기)을 거쳐 판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제주지법, 인천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북부지법에서 일했다.

특히 2009년 5월 촛불재판 파동 때 법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판사회의를 주도하면 신영철 대법관의 징계를 촉구했다. 또한 2011년 12월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를 문제 삼은 보수언론 때문에 현직 판사의 표현의 자유 논란을 촉발시켰고, 이후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시민들은 서기호 판사의 용기와 양심을 지키겠다며 그를 ‘국민판사’에 임명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과 원칙을 지키고,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해 달라는 뜻이다. 그는 현재 통합진보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1997년 이후 15년 만에 벌어진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태. 대법원에서는 근무성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2011년 12월 SNS상에 올린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 때문일 거라고 여겼다.”

서기호 의원은 특히 “‘가카 빅엿’이라는 몇 글자를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판사라는 지위에서 잘릴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충격도 컸다. 이명박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은 서기호라는 사법부 판사의 조용한 퇴장을 바랐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호 국민판사의 등장’이라는 반전을 오히려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이명박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을 정조준했다.

이상갑 변호사가 국민판사 법복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또 이렇게 표현했다. “그전에 있었던 방희선 판사 재임용 탈락 사건 등은 전설로만 들어왔던 터였다. 또한 나의 SNS활동과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이 재임용 탈락으로 연결되리라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동료 판사들로부터 ‘재임용에서 문제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설마 사법부가 그렇게까지 비합리적이고 억지스러운 결정을 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음모와 꼼수가 현실화된 것이다”

“법적 대응을 통해 판사로서 복직하거나 변호사 등으로 좀 더 경력을 쌓을 때까지 기다리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나로서는 사법개혁 과제 등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위해 총선에서 무엇이든 하나의 역할을 맡고 싶었다. 그래서 당초 통합진보당 6번 비례대표라는 이정희 공동대표의 제안과 달라지긴 했지만 14번을 흔쾌히 받았고, 동시에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됐다”

서울북부지법이 마련해 준 퇴임식을 거부하고,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마련해 준 퇴임식에 참석한 서기호 전 판사

제19대 국회의원이 된 서기호 전 판사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판사도 인간이고 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도 일부 포함했다. 이를 통해 ‘가카 빅엿’, 재임용 탈락 등의 사건들이 한때의 치기나 유명세에 기댄 것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이다.

끝으로 서 의원은 “서기호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냈지만 아쉬운 부분과 부족한 점도 계속 눈에 보인다”며 “‘국민판사 서기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지런히 실천하고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이 책의 부복한 점을 채워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국민판사 법복 뒷 모습 이 책은 재임용 탈락 직후 김용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김용국 시민기자는 법원공무원이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법원이 될 때까지 내부 비판을 멈추지 않겠다”며 낮에는 법원공무원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밤에는 글을 쓰며 책을 내는 일을 수년째 하고 있다.

김용국 시민기자는 “어느 양심적인 평범한 판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임에서 탈락하는 상황을 보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이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어렵고 딱딱한 법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쓰기 능력으로 네티즌의 사랑을 받으면서 <오마이뉴스> 2010년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9년과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생활법률상식사전>, <생활법률해법사전>이 있다.

이 책의 기획자인 김용국 씨는 “서기호라는 한 평범한 청년이 판사의 길로 들어선 뒤, 법원을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법복을 벗고 법원을 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책을 소개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이 왜 필요한지, 서기호가 생각하는 사법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러면서 “서기호와 나눈 대화는 그의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사법부의 아픈 역사 가운데 한 토막이기도 하다. ‘국민판사 서기호’의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마련해 준 퇴임식에서 시민들이 든 플래카드

◈ 박원순 서울시장 “법정 판사를 잃었지만, 국민판사 얻었다”

변호사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책에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서기호라는 한 평범한 청년이 판사의 길로 들어선 뒤, 법원을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법복을 벗고 법원을 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이 왜 필요한지, 서기호가 생각하는 사법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서기호와 나눈 대화는 그의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사법부의 아픈 역사 가운데 한 토막이기도 하다. ‘국민판사 서기호’의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2월 17일, 우리는 법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려 애쓰던 한 명의 판사를 잃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판사 재임용 탈락이라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의 이름은 서기호. 대신에 우리는 바보 판사, 개념 판사,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법개혁을 위해 정치계로 뛰어든 국민판사를 얻었다”

“서기호, 그는 사법부 판사 시절에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국민을 위한 사법부, 정파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성숙한 정치 환경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길을 나섰다. 국민판사로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꿈꿔왔던 사법개혁의 길! 그 길에 서 있는 서기호 판사에게 한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그 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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