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안 대법관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 구성 말라”

“몇몇 판결에서 ‘독수리 5형제’로서가 아니라, 수많은 판결에서 기억되길” 기사입력:2012-07-10 13:58:14
전수안 대법관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권리보호에 진보성향의 소수의견 제시로 사법부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전수안 대법관은 임기 마지막까지 소수의견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전수안 대법관은 10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성법관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빌려 “언젠가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고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며 남성대법관 중심의 대법원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체 법관의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평등하게 성비의 균형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벌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부터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대법관 후보자 4명이 그대로 임명될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여성은 박보영 대법관 1명만 남게 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전 대법관이 언급한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는 상황도 멀지 않았다.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 합격자 비율이 40% 안팎이고, 특히 작년 신임 법관 81명 중 여성 법관이 53명이나 차지하고, 올해도 신임 법관 86명 중 여성이 55명으로 남성 31명보다 2배가량 많이 임용되고 있는 법조계 여풍(女風)으로 볼 때 시간문제다.

전 대법관은 또 “법관은 누구나 판결로 기억되는데, 저도 그러기를 소망한다”며 “몇몇 판결에서의 ‘독수리 5형제’로서가 아니라, 저 자신의 수많은 판결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이어 “(법관으로서) 34년간 잘한 것 못한 것 모두 제 책임이고,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평가와 비판은 제 몫이지만, 상처받은 분께는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직접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은 없다는 것,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 1년6월의 형을 사는 사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런 견해들이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으면서, 떠난다”고 소회를 남겼다.

이는 사형 선고와 종교적 신념(집총 거부)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을 지적한 것으로, 사형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전수안 대법관은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에 오른 김영란 전 대법관(현 국민권익위원장)을 포함해 지난해 퇴임한 이홍훈김지형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비록 소수의견이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들으며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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