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기 성추행’ 고려대 의대생들 실형…신상공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는 아니었다” 기사입력:2012-06-28 13:14:15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동기생들끼리 1박2일 여행을 가서 함께 술을 마시다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합동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려대 의대생들에게 대법원이 최종 실형을 확정했다.

범죄 사실에 따르면 고려대 의대 동기생들인 P(24)씨, H(25)씨, B(26)씨 등 3명은 지난해 5월21일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으로 동기생인 A(여)씨와 함께 1박2일로 여행을 가서 술을 마시다가 A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돌아가며 몹쓸 짓을 하며 추행했다. 또한 P씨는 디지털카메라로 A씨의 알몸을 21회나 촬영하고, H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2회 촬영했다.

결국 이들 3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특수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범행 가담 정도를 고려해 P씨에게 징역 2년6월을, H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또 이들 3명 모두에 대해 3년간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할 것과 거주지 이웃 주민들에게 고지할 것을 명하면서, 범행에 사용된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을 압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대학교 친구들로서 6년간 친밀한 관계로 지내왔는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상당한 성적 수치심 및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지나친 사회적 관심의 집중 등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정보와 사생활 등의 상당 부분이 알려져 현재까지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생활을 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등 더 큰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점,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를 추행할 의도로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B씨는 범행 후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피고인들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일정 금원을 공탁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들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등의 이유로,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8형사부(재판장 황한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특수강제추행이 아닌 특수준강제추행을 인정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자 피해자의 가슴을 빨고 음부를 만지는 등으로 합동해 피해자를 추행한 것으로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또 “개인신상정보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 수법과 결과, 죄질의 중대성, 피해자의 피해정도 등과 신상공개명령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될 경우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다소 지장을 줄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예외 사유로 규정한 ‘신상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일축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특수준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구속 기소된 P(24)씨와 B(2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과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3년간 신상정보공개 및 고지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합동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모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어야 하나, 그 공모는 법률상 어떠한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범자 상호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면 되고, 사전에 반드시 어떠한 모의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범의 내용에 대해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며, 그 실행행위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P씨가 이 사건 공동피고인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하고 합동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1차 추행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합동준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증거 없이 피고인들의 공모관계를 의제ㆍ추정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P씨에 대해 “범행 당시 다소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을 전후한 행동 등을 종합하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봐 P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P씨에 대해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동피고인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하고 합동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피해자를 1차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고, 고려대는 작년 가해 학생 3명 전원에 대해 최고 수준의 징계인 ‘출교’ 처분을 내렸다. 출교 처분을 당한 학생은 학적이 완전히 삭제되고 재입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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