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처리 부탁을 받고 공무원에게 청탁 대가로 뇌물을 건네는 과정에서 변호사가 만남 주선과 장소를 제공하는 등으로 관여했다면 뇌물공여 공동정범은 아니더라도 ‘뇌물공여방조’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특히 범죄사실의 인정과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으로, 피고인이 사실오인을 이유로 상고하는 것은 원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 있는 토지 소유자인 J(66)씨는 지난 2008년 5월 포항시를 상대로 위 토지의 무단 점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A(57)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후 J씨는 2008년 12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으로부터 “포항시는 위 토지를 협의취득, 토지수용 등 정당한 절차를 걸쳐 매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월 임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
이에 J씨는 소송을 대리한 A변호사에게 “포항시에서 빨리 위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A변호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담당공무원 B씨에게 청탁했다. B씨는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고, A변호사는 이를 J씨에게 알려 자신의 변호사사무실에서 B씨의 처에게 500만 원을 건넸다.
이로 인해 A변호사와 J씨는 B씨에게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현금 500만 원을 교부해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B씨는 이런 사실이 발각돼 직위해제됐다.
1심인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강경호 판사 2011년 6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J씨와 A변호사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B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강경호 판사는 “J씨가 공무원 B씨에게 뇌물을 준 경위 및 장소, 그 과정에서 A씨가 J씨의 뇌물공여 범행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촉진하는 등으로 J씨의 뇌물공여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기 때문에 피고인 A씨는 뇌물공여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변호사는 “J씨가 B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하거나, 뇌물공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J씨의 뇌물공여 범행에 공모했음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형량도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현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변호사 A씨에게 뇌물공여가 아닌 뇌물공여방조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0만 원에서 감경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동정범은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할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돼야 한다”며 “피고인이 J씨에게 먼저 보상금 지급 문제를 알아봐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공무원에게 뇌물금액을 특정해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는 사정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공동정범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J씨가 500만 원을 준비해오자 B씨에게 전화를 걸어 ‘J씨가 사무실에 왔으니, 만나보라’고 말해 B씨의 처가 피고인의 변호사사무실에 가서 돈을 받았다”며 “이로써 피고인은 J씨가 뇌물을 공여함에 있어 공무원인 B씨로부터 뇌물제공 요청을 받아 공여금액을 조정 제시하고, 뇌물공여 시간 및 장소를 정해주는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뇌물공여 범행을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A변호사는 “뇌물공여 방조의 범행을 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J씨와 A씨의 허위진술을 신빙한 나머지 잘못된 사실인정을 함으로써 유죄로 판단했고, 방조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사건 의뢰인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데 있어 일정한 역할을 해 뇌물공여방조 혐의가 인정된 A변호사에 대한 상고심(2012도2662)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로 행해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이라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춰 살펴봐도 원심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사실오인의 피고인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고, 그 밖에 원심판결에 방조범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범죄사실 인정과 증거선택은 사실심 법원 전권”
의뢰인의 공무원 뇌물공여에 관여한 변호사 ‘뇌물공여방조’ 벌금 500만원 기사입력:2012-06-19 12: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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