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고위법관과 검찰간부 등 13명의 대법관 후보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것과 관련,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5일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국민적 요구에는 아랑곳없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남성ㆍ고위법관 중심’의 보수적 후보자들을 추천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양승태 대법원장이 과연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자세가 돼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행위”라며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한 대법관 후보 추천 결과에 반대하며, 양 대법원장이 후보 추천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비민주적인 대법관 인선 절차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대법원 규칙을 개정할 것을 함께 요구했다.
앞서 지난 1일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장명수)는 내달 10일 퇴임하는 박일환ㆍ김능환ㆍ전수안ㆍ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고위법관 9명, 검찰간부 3명, 법대교수 1명 등 13명의 후보자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고위법관은 ▲고영한(사법연수원 11기) 법원행정처 차장 ▲서기석(연수원11기) 수원지법원장 ▲조병현(11기) 서울행정법원장 ▲강영호(12기) 서울서부지법원장 ▲김신 울산지법원장(12기) ▲김창종(12기) 대구지법원장 ▲김창석(13기) 법원도서관장 ▲유남석(13기) 서울북부지법원장 ▲최성준(13기) 춘천지법원장 등 9명.
검찰간부로는 ▲안창호(14기) 서울고검장 ▲김홍일(15기) 부산고검장 ▲김병화(15기) 인천지검장이 추천됐고, 학계에서는 부장판사 출신인 윤진수(9기) 서울대 법대 교수가 추천됐다. 이번 추천에서 여성 및 변호사는 한 명도 추천되지 못했다.
두 단체는 “대법원은 법적 분쟁의 최종적 해결기구다. 국민들이 대법원에 요구하는 것은 법에 따른 기계적 판단이 아니며, 국민의 실생활을 반영한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참여연대가 지난 5월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열 명 여섯 명은 ‘판결에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판사 이외의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뽑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3명의 후보 가운데 검찰 출신을 제외하고는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판사 출신이며, 심지어 여성후보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법원은 여러 층위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쟁점과 우리사회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림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이는 다양하게 구성된 대법관들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사법연수원 기수에 여성이 적고, 자격이 되는 여성후보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우리사회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대변하고 성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과거 기수를 파괴하면서라도 여성대법관을 임명했던 사법개혁의 사례는 여전히 그 의미가 있다”며 “여성대법관의 추천 및 임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단체는 “대법원이 그동안 대법관 증원에 반대한 논리는 ‘사법적 최종판단으로서 합의기능의 약화’였다”며 “13인의 합의체인 대법원에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십인일색의 고위법관 출신들이 모여 똑같은 목소리를 내란 뜻이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대법관의 구성을 통해 사회적 쟁점과 갈등이 되는 문제들을 활발한 토론을 거쳐 해결하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대법관 다양화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뽑은 것이 ‘보수와 진보의 균형’인데, 50~60대 서울대 출신 남성이라는 전형적 한국 기득권집단으로 대법원을 구성할 것이라면, 대법관이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 기능’을 근거로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면서, 대법관은 재판을 ‘잘 떼는’ 고위법관에게 맡겨야 한다는 대법원의 주장이야 말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이와 함께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견제해야 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보여준 상식 이하의 후보추천결과는 대법관 추천과정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안겨준다”고 개탄했다.
또 “대법원 구성을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대법관후보를 추천하는 절차를 국민들에게도 열어놨다고는 하나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알 길이 없고, 어떤 기준으로 최종 후보가 결정되었는지도 모른다”며 “이러한 비밀주의를 혁파하지 않는 한 대법관 추천과정에 민주적 통제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은 대법관후보추천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대법원 규칙부터 개정해야 한다”며 “법조이해관계자들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 개정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이제 대법원이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지난 3일 국회의원들이 ‘대법관 후보를 재추천하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이 아직도 ‘대법관을 뽑는 것은 우리들 마음’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더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제청에 앞서 추천된 후보들을 원점에서 재고하라. 국민의 목소리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없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경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과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두 단체 소속 회원 및 활동가들 십여 명이 함께했다.
“대법원장, 국민 무시한 대법관 후보추천 재고해야”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성ㆍ고위법관 중심’ 보수적 후보자 추천 기사입력:2012-06-05 16: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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