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태권도장을 다니는 여고생 관원이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 훈계하려던 관장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으며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인 A(37)씨는 2008년 8월 태권도장 사무실로 관원인 B(당시 17세)양을 불러 1회 강제추행하고, 1회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0년 5월 태권도장 수업이 없는 날 B양을 태권도장으로 유인해 강간하려 했으나 B양이 밀치며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관장인 A씨는 “B가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2008년도에는 태권도장에 다닌 사실이 없고, 2010년 강간미수 혐의도 당시 B에게 나쁜 친구들을 만나지 말라는 취지의 훈육을 했을 뿐 강제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 1심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 그대로 믿기 어렵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2011년 6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장 관장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가출하지 말고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말라’는 취지의 훈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피해자 또한 피고인이 자신에게 ‘태권도장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것을 아빠에게 말하겠다’고 말해 피해자가 ‘말하라’고 대답했다는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는 점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이 자신의 행실을 문제 삼는데 화가 나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의 말대로 친구들이 태권도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피고인으로서도 범행이 쉽게 발각되거나 드러날 것이 두려워 그냥 단념했을 법한데, 이에 아랑곳없이 피해자를 추행하고 강간범행까지 감행하려 했다는 점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 및 법정 증언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 항소심 “진술 오락가락한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 배척 못해…징역 2년”
그러자 검사는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으나, 이는 정신지체 장애 3급인 피해자의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10형사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는 2011년 11월 1심 무죄 판결을 깨고, A씨에게 징역 2년과 개인신상정보 5년간 공개, 성폭력치료강의 8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는 범행으로 인한 엄청난 충격으로 범행 당시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하거나 오락가락할 수 있고, 더욱이 피해자의 지능지수가 낮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기억이 온전할 수 없을 것이므로 그와 같은 경우 피해자 진술은 세부적인 사항에서 오락가락한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진술을 보면 범행 당시의 피고인의 행동 순서 내지 세부적인 표현에서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면서 강간을 시도하는 과정을 비교적 일관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특히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최초 진술은 사건이 발생한 지 3일 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직후의 생생한 기억에 입각한 것으로 보여, 법정에서의 진술보다 수사기관에서의 최초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태권도장에 어떠한 이유로 부르게 됐는지, 또한 3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청소년 강간미수 범행은 신빙성이 있는 피해자의 진술 등에 의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반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 “관장에게 나쁜 감정을 품고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여고생 관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태권도장 관장 A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관되게 피해자를 성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 전부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이러한 경우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진술한 피해사실 중 일부에서 신빙성이 결여돼 공소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되고, 나아가 피해자의 진술이 단순한 신빙성의 부족을 넘어 허위로 꾸며낸 것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면, 나머지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만은 유독 진실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강간미수와 관련해 ‘피고인의 행동 순서 내지 세부적인 표현에 다소간 차이가 있기는 하나 피해자는 피고인이 추행하면서 강간을 시도하는 과정을 비교적 일관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신빙성을 긍정하는 근거로 삼았으나, 원심은 3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을 퇴정시킨 상태에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고도 증언 내용이 난삽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증언요지를 고지하지 않았는데,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증언 요지조차 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난삽하게 이뤄진 증언에 대해 유죄판결의 증거로서 신빙성을 담보할 만한 일관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원심은 피해자가 범행으로 인한 엄청난 충격으로 범행 당시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하거나 오락가락할 수 있고, 더욱이 피해자의 지능지수가 낮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기억이 온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피해자가 2009년 6월 심리평가결과 지적지능이 낮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당시 고1이었던 피해자가 잦은 가출 등으로 오랜 기간 학업을 소홀히 한 결과일 뿐 피해자에게 다른 정신적 장애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강간미수의 피해를 당했다는 태권도장 사무실은 피해자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의자에 앉은 채로 바닥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추행하거나 강제로 바닥에 눕히기에는 그 공간이 매우 협소해 진술내용이 객관적 상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 태권도장에 나오도록 연락한 것도 피해자가 이틀 동안 태권도장에 나오지 않아 면담하려 한 것으로서 그 연락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모와 문자메시지를 교환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야 친구들과 함께 태권도장에 왔다”며 “더군다나 피해자의 부모가 면담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추행행위와 함께 강간 범행을 시도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는 만 12세에 불과한 2006년 3월경 태권도장을 같이 다니던 친구가 관장인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것을 봤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가 태권도장에서 강제로 퇴관당한 적이 있고, 이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20회 가량의 가출을 하는 등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부모의 훈육을 회피하고 학교생활도 극히 불성실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피해자의 성품과 태도에 비춰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에는 주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로서는 태권도 사범인 피고인이 부모에게까지 연락해 자신의 생활에 간섭하고 훈육하려 드는 것에 대한 반발로 그에 대한 나쁜 감정을 품고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여러 사정에 비춰 보면 강간미수 피해에 관한 피해자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강간미수의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법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여고생 관원 성폭행 혐의 태권도 관장, 대법서 누명 벗어
1심, 무죄→항소심, 징역 2년→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기사입력:2012-05-23 14: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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