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법원이 석면공장 인근 주민들의 질환과 석면 노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석면공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석면공장에서 일한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은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석면공장 인근 주민의 석면질환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어서, 유사 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부산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권영문 부장판사는)는 지난 10일 석면공장인 J화학 근처(현재의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 살다가 석면중피종으로 숨진 A(사망 당시 44세)씨와 B(사망 당시 74세)씨의 유족 등이 J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08가합21566)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 유족에게 489만 원에서 최고 3168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석면에 한번 노출되면 그 후에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장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의 질환이 유발되는데, 특히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악성중피종의 발병원인은 현실적으로 석면에의 노출이 유일한 점, 망인들에게 직업적 노출을 의심하거나 방사선치료를 받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망인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거주했던 지역은 이 사건 석면공장이 유일해 망인들의 악성중피종 발병이 석면공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추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석면공장 주변 2km 이내의 악성중피종 발생위험이 다른 곳에 비해 10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 사건 석면공장의 영향이 2km보다 멀리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석면공장에서 석면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석면분진이 외부로 배출돼 비산되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인근 주민들의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망인들을 포함한 인근 주민들로 하여금 석면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 과실로 망인들의 악성중피종 등이 발생해 사망했으므로, 피고는 불법행위 책임에 기해 망인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이 사건 석면공장 운영 당시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망인들의 개인적인 건강상태 등도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족들이 국가와 J화학에 기술을 이전한 일본 N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기각했다.
원고들은 “대한민국은 헌법에 의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해 석면에 대비하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1982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 석면을 취급하는 작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 순차적으로 위험성이 큰 청석면, 갈석면 등의 제조ㆍ수입ㆍ사용 등을 금지했고, 2000년대에 들어 제조 등 금지석면종류를 악티노, 안소필 등으로 확대하고, 석면 노출에 관한 허용기준을 정했으며, 2011년에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시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석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진행해 온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환경보호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결정되게 되고, 환경입법이나 환경행정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로 다른 입법이나 행정에 비해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있으며, 그 보호범위는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해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에게 입법부작위로 인한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씨와 B씨는 석면 방직공장인 부산 연산동 J화학 근처에서 살다가, A씨는 2006년, B씨는 2004년 석면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소송을 냈다.
법원, 석면공장 인근 주민 피해 손해배상 첫 인정
“인근 주민들로 하여금 석면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 과실 60% 책임” 기사입력:2012-05-15 22: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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