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사생활 침해 한상렬 목사에 배상…국가는 항소

임창훈 판사 “교도관들의 감시행위는 원고의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 기사입력:2012-05-08 11:19:18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상렬 목사가 교도관들의 과도한 집중감시로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그런데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권재진)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한상렬 목사(62)는 ‘무단방북’ 행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지난 2010년 8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2011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서울구치소는 2010년 12월부터 엄중관리대상자 동정기록부 양식에 한 목사의 동정을 기록해오다가, 이를 눈치 챈 한 목사로부터 항의를 받고 2011년 6월 이를 중단했다.

교도관들이 기재한 한 목사의 동정의 내용은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기재, 면담이나 접견을 했다는 기재 외에는 대부분 한 시간 간격으로 관찰한 일상생활에 관한 것들이었다.

실제로 동정기록부에는 ‘바르게 취침 중, 옆으로 취침 중, 이불을 덮지 않고 팔베개를 한 채로 옆으로 누워 자고 있고, 일어나서 벽에 기대 앉아 꼼꼼히 책을 보고 있음, 누워서 TV시청 중,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 양치질하고 있음, 식사한 자리에서 요구르트 마심, 앉아서 손바닥을 비비고 있음, 발톱을 깎고 있음’ 등 한 목사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한 목사는 “서울구치소는 본인이 엄중관리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중관리대상자와 같이 집중감시하며 동정기록부에 특이동정이 아닌 세세한 사생활까지 기재한 것은 헌법의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교도관들의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반면 서울구치소는 “한 목사를 엄중관리대상자로 분류한 것이 아니고, 다만 공안사범으로 분류하고 동정을 엄중관리대상자 동정기록부 양식에 기재했을 뿐이며, 관련 규정에 따라 수용자를 관찰하고 수용관리 목적상 필요에 의해 동정을 기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도관들이 작성한 동정기록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이 아니고, 원고의 수용처우에 관련해서만 사용됐기 때문에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임창훈 판사는 지난 4월1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상렬 목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단210736)에서 “국가는 위자료 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임창훈 판사는 먼저 “관련 규정의 취지를 살펴보면,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의 수용자의 이상 유무를 수시로 관찰하고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이를 기록해 보고하는 것까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판사는 “그러나 이를 넘어서 수용자에게 특이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을 이용해 수용처우의 자료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원고의 일상생활에 관한 사항까지 한 시간에 한 번씩 기록으로 남긴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의 행위는 원고의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서울구치소가 원고에 대한 동정기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수용처우의 자료로서만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사생활이 한 시간에 한 번 간격으로 동정기록부에 기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원고에게 인격적 존재로서의 자유로운 의사발현과 행동구현에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줬을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 “이 사건 사생활 침해의 성격, 방법 및 정도, 동정기록 작성의 기간, 서울구치소가 원고의 항의에 의해 동정기록 작성을 중지한 점 등을 감안하면 위자료 액수는 2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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