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국민 사법불신 법조인 책임 크다”

“사법종사자와 법조인들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가야 할 것” 기사입력:2012-04-25 14:53:5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양승태 대법원장은 25일 “국민들이 법을 불신하고 우리 사회에 실질적 법치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법을 다루는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며 법조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9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 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법종사자와 법조인들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양승태 대법원장 기념사 전문>

법치주의의 실현을 기치로 내걸어 법의 날을 기념한지 어언 49주년이 되었습니다. 법의 날을 기념하는 이 자리는 법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분을 수행하는 우리에게 언제나 남다른 감회를 갖게 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사회ㆍ경제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해방과 6ㆍ25 전쟁의 혼란을 딛고 단기간 내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우리의 현대사에는 영광과 굴절, 발전과 수난 그리고 기대가 교차하는 격동의 시간들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세계가 놀라워하는 우리의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국민의 기본권이 억압되고 법치주의가 양보되는 어두운 경험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며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는 법제도와 법률문화도 적지 않은 성장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법치주의가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법의 지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민주적 법치국가의 기본 원리인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것은 모든 법률가들이 실현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법치주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만 국민 개개인이 민주사회의 최고 가치인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고 기본권을 누리는 조화로운 삶 속에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법이 담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법의 지배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그 어떤 개인이나 집단, 나아가 국가권력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이러한 법의 지배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법이 실제로 누구에게나 불편부당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만, 더 나아가 그러한 법의 공정성과 불편부당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립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국민들 중에는 법이 불공정하게 적용ㆍ집행된다거나 힘 있는 일부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들이 법을 불신하고 우리 사회에 실질적 법치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법을 다루는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입니다. 국민의 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법종사자와 법조인들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허나 국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는 데에는 법을 성실히 집행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법치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함으로써 국민의 법의 지배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저는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구성원들에게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하였습니다. 국민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진심으로 소통함으로써 국민들이 법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여야만 법원과 재판이 신뢰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해 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비단 법원뿐만 아니라 법조 직역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진심 어린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각 법조 직역이 행하는 역할과 법의 참된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때에 비로소 국민들은 법의 지배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줄 것입니다.

아울러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신뢰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법조 직역에 종사하는 주체 상호간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법치주의의 실현과 민주사회의 구현이라는 목표 아래 각자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직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를 바라보며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것입니다. 각자의 헌법적 기능이 다르기에 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을지언정 서로가 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각 주체들이 자신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과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함부로 폄하하거나 단순히 자신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합리적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법조 직역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깊이 유념하여야 합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의 출범과 그에 따른 새로운 법조인의 배출, 그리고 법률시장의 개방 등으로 법조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최초로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친 법조인이 사회의 다양한 직역으로 진출하게 되어 법조와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성숙한 사회에 걸맞은 한 차원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법조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 각 직역의 적극적 노력이 법조 전체의 역량을 한 차원 높이는 성과를 이루고 나아가 우리 사회 곳곳에 법치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읍시다.

오늘 뜻 깊은 법의 날을 계기로, 법조 직역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법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정의롭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그러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자유와 정의가 흘러넘치는 밝은 미래가 하루 빨리 실현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기념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 4. 25. 대법원장 양 승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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