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유죄…국가공무원법 위반”

박일환ㆍ전수안ㆍ이인복ㆍ이상훈ㆍ박보영 대법관 무죄 반대의견 기사입력:2012-04-19 18:00:1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나서고 규탄대회를 주도한 것은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드러낸 행위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 사건 경과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09년 6월 1차 시국선언을 기획ㆍ추진했는데, 1차 시국선언은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와 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교육과학기술부가 1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간부들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징계를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자, 전교조는 정부의 방침에 맞서 2차 시국선언을 추진했다.

2차 시국선언은 주로 1차 시국선언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돼 있으나 정부의 조치가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한다거나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2차 시국선언 발표가 있던 날 ‘교사ㆍ공무원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가 개최됐는데, 위 규탄대회에는 전교조와 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 외에 야당 의원들과 민주노총 위원장 등도 참여해 정부 심판 또는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주장을 했다.

그런데 검찰은 전교조 대전지부 이찬현 지부장, 김OO 수석부지부장, 오OO 사무국장이 대전지부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1ㆍ2차 시국선언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규탄대회 참여를 독려했으며, 직접 규탄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또 이 지부장은 전교조 간부들과 함께 2009년 6월 29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신고 없이 집회를 주최해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을 명했으나, 불응한 혐의도 포함됐다.

1심인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동현 판사는 2010년 2월 국가공무원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대전지부 이찬현 지부장 등 노조간부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의 1ㆍ2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 관련 행위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의사를 표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됐다거나 교육행정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됐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은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경우에만 가능한데, 2009년 6월 29일자 집회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찬현 지부장의 해산명령 불응에 의한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금덕희 부장판사)는 2010년 5월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이찬현 지부장에게 벌금 200만 원을, 나머지 2명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ㆍ2차 시국선언문의 내용이나 피고인들의 초ㆍ중등교원으로서의 지위에 비춰 볼 때, 피고인들의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 관련 행위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또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에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할 것’이라는 부가적인 요건이 요구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찬현 지부장의 해산명령 불응에 의한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집시법 위반 모두 유죄

이번 사건은 공무원인 교원이 집단적으로 행한 정치적 의사표현행위가 어떠한 경우에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하는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해산을 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9일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불법집회를 연 혐의(국가공무원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찬현 전 대전지부장 등 교사 3명에 대한 상고심(2010도6388)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인 교원의 경우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정신과 관련 법령의 취지에 비춰 그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헌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인 교원이 감수해야 하는 한계”라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표현행위가 교원의 지위를 전면에 드러낸 채 대규모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것이 교육현장 및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한 평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과 같이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행위는 공무원인 교원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국선언문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을 비롯해 전교조 간부들은 선거에 대한 영향 내지는 반 현정권 전선의 구축이라는 뚜렷한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집행을 저지하려는 의사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했고, 규탄대회는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해 정부의 심판을 언급하는 등의 정치적 주장이나 행동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의 규탄대회 관련 행위 역시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이 명백한 행위로서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박일환전수안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 무죄 반대의견

반면 박일환전수안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은 “1ㆍ2차 시국선언은 특정 사안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그 개선을 요구한 것이거나 그에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이를 시국선언의 주체인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나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공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민주적ㆍ직업적 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시국선언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ㆍ2차 시국선언은 교육현장 밖에서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루어졌고,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서명운동 과정에서 무슨 갈등이 있었다는 자료도 없으므로 1ㆍ2차 시국선언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됐다거나 교사들의 직무수행 등 교육행정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1ㆍ2차 시국선언에 관여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L씨가 2009년 6월29일 전교조 간부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옛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신고 없이 집회를 열어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을 명령했으나 불응한 혐의(집시법위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집회 개최 경위와 장소, 집회의 실제 진행 경과, 특히 집회 참가자들이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된 장소로 집회 장소를 확장하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인도를 점거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위 집회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위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에 불응한 행위는 집시법 위반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전수안 대법관은 “당시 집회의 규모나 내용에 있어 질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집회라고 볼 수 없고, 경찰이 집회참가자들의 청와대 쪽으로의 진행을 제지하기 전까지는 평온한 분위기에서 집회가 진행됐으며, 경찰의 제지에 대한 집회참가자들의 대응도 소극적인 저항에 그쳤을 뿐 그 과정에서 교통 등 질서 유지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집회로 인해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됐거나 그러한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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