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동사무소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토끼 두 마리를 주민센터에 풀어놓으며 욕설을 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할아버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토끼’가 혐오감이나 공포감을 주는 동물이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68)씨는 작년 11월4일 오전 8시30분께 부산 연제구의 한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를 찾았다. A씨는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다”며 항의하다가, 자신이 키우던 토끼 2마리를 민원센터 안내데스크에 풀어놓았다.
토끼들이 주민센터를 돌아다니는 것을 본 공무원이 “업무에 방해되니 토끼를 치워달라”고 했으나, A씨는 “업무시간이 아니니 못 치워 주겠다. 토끼를 잡아먹던지 맘대로 하라. 내가 토끼 목을 잘라서 보내주겠다”며 욕설을 했다.
이 사건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한 후에 정리됐다. 이에 검찰은 “A씨가 폭행과 협박으로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으나, 부산지법 형사7단독 서아람 판사는 지난 3일 A(68)씨에게 무죄를 선고(2011고단9358)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서아람 판사는 먼저 “공무집행방해죄에서 폭행이란 직ㆍ간접의 유형력 행사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것을 의미하고, 공무집행방해죄에서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행위 당시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 협박이 경미해 상대방이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인 경우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증인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은 만 67세의 고령이었던 반면 주민센터 안에는 젊은 공무원들이 여럿 있었고, 피고인이 자주 주민센터에 들렀기 때문에 공무원들과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으며,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피고인의 말을 듣고도 실제로 토끼 목을 자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공포심을 느끼지도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판사는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내가 토끼 목을 잘라서 보내주겠다’라는 말을 포함해 피고인이 주민센터에서 한 언행은 단순한 불만의 표시나 감정적인 욕설에 불과할 뿐 공무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할 정도의 해악 고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풀어놓은 동물이 통상 혐오감이나 공포심을 주는 동물이 아닌 토끼였던 점, 여자 공무원들의 경우 토끼가 무서워서 뒤로 피해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점,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얼마든지 토끼를 치워버릴 수 있었음에도 피고인과 마찰이 생길까 봐 경찰을 기다렸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안내데스크에 토끼 2마리를 올려놓은 것을 두고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만한 정도의 유형력 행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판사는 그러면서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폭행ㆍ협박을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주민센터에 토끼 푼 할아버지 공무집행방해 무죄
공무원 불친절에 불만…서아람 판사 “공무원들이 공포감이나 혐오감 못 느껴” 기사입력:2012-04-05 17: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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