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법원공무원들이 ‘사법부의 양심’이라고 표현하는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10일 대법원 연임(재임용) 심사에서 최종 탈락해 법복을 벗게 되자, 이옥형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이 시대에 가장 판사다운 판사 1명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사법연수원 27기로 서기호 판사(연수원 29기)보다 2기수 선배인 이옥형 판사는 이날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슬픈 뉴스를 접하고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먼저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니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슬펐다”며 말문을 꺼냈다.
서기호 판사를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바란 본 이 판사는 “나와는 달리 자기행동과 그에 따른 이불리에 대한 영민한 계산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판사들은 그가 연임심사를 무사히 통과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언행에 다소 튀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원조직법 상의 연임부적격 사유라고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판사들이 느끼는 것과 오늘의 결정 사이의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탈락이라는 뜻밖의 소식에 놀란 이 판사는 “그러한 그의 성격 탓으로 모두에게 원만하고 조직, 특히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기를 기대한 이들에게 그의 언행은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어떤 법원장 또는 합의부의 부장은 고분고분하지 않고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며 때로는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그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는 바른 말 잘하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 아닌가?”라고 소위 윗분들을 겨냥했다.
이옥형 판사는 특히 “나로서는 이 시대에 가장 판사다운 판사 1명을 잃었다”며 “그러나 더 가슴 아픈 것은 판사 1명을 잃은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판사의 정신과 기개를 잃었다는 것이고 우리 법원은 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탄식하며 법원수뇌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판사들은 법원장으로부터 근무평정을 좋게 받지 못하면 판사직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목격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판사들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건처리를 못하면 그것을 이유로, 사건처리를 잘해도 조직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간관계가 원만해도 판결에 나타난 국가관이 이상해 균형감이 없다는 이유로, 무슨 이유로든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로 좋지 않은 평정을 받을 수 있다”
또 “(합의부) 부장판사와도 원만하게 잘 지내야 한다. 합의하면서 자기 생각은 살짝만 말해보고 부장의 의견이 다르면 얼른 물러서야 한다. 법원장이 주최하는 모든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해야 한다. 법원장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이 판사는 “평정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법관료화’라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는 그 끝을 모르고 달릴 것”이라며 “사법행정은 재판작용을 지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일 뿐이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근무평정을 무기로 재판작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역사적으로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기호 판사가 최근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 보수언론의 표적이 된 것이 연임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을 의식한 듯 “나는 운이 좋아 2년 전에 연임이 됐다. 서 판사도 2년 전에 연임심사를 받았으면 과연 오늘과 같은 결과였을까? 내가 2년 전이 아니라 2012년에 연임심사를 받았으면 내가 지금 법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이제 나에게는 8년의 임기가 남아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남은 임기를 카운트하면서 살아야 하는 가련한 인생을 살게 됐다”며 “아마도 보통의 판사들은 연임 결정 2~3년 전부터는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판사들의 처지를 애석해했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판사들의 입은 더 얼어붙겠지만 나는 내가 속한 법원에 할 말이 많다”며 “이 시대 사법부는 국민에게 법원을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대법원에 따져 물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현도 남겼다. 이 판사는 “성군이 오기를, 그래서 모든 판사들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것을 기도했으나, 그 반대로 억압과 배제, 통제와 관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개탄하며 “그래서 나는 쫓겨나는 그가 슬픈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우리의 처지가 슬픈 것이지도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다만 위안이 있다면 ‘역사는 진보하고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를 보내고 할 말은 하겠다”고 향후 목소리를 더 낼 뜻을 내비쳤다.
이옥형 판사 “가장 아름다운 판사 1명 잃었다” 탄식
“더 가슴 아픈 것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판사의 정신과 기개를 잃은 것” 기사입력:2012-02-11 08: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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