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탈락 서기호 판사 “법원에 충격…법적대응”

“법과 원칙 충실해야 할 법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입력:2012-02-10 19:00:48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으로부터 10일 연임(재임용) 심사 최종 탈락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진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사법연수원 29)가 참담한 심경을 법원내부통신망을 통해 동료 선후배 법관과 법원공무원 등 법원가족에게 전했다.

서기호 판사는 가장 합리적이고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법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충격으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여서 언론인터뷰도 사양하고 있다며, 곧 마음을 가다듬고 추후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방침 포함한 입장발표를 정식으로 하겠다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대법원 인사총괄심의관은 이날 서기호 판사에게 보낸 대법원장 직인이 찍힌 <연임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 통지>라는 제목의 1장짜리 공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귀하에 대한 10년 동안의 근무성적평정결과 및 법관인사위원회의 연임적격에 대한 심의결과 등을 종합하여, 귀하가 법원조직법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의 사유에 해당함이 인정되므로 귀하에 대하여 연임발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는바, 법관인사규칙 제20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통지합니다”

위 법원조직법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연임발령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 공문을 공개하며 법원내부게시판에 <두 번의 충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서기호 판사는 “아침에 재임용 탈락 소식 보도를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며 “두 차례 법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그리고 인사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해 어느 정도 (재임용을)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인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근무성적 현저히 불량’ 부분의 사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근무평정에 관한 저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 공문을 받고서, 또 한 차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서 판사는 “법관인사규칙에 의하면 ‘대법원장은 연임신청 판사 중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된 판사에 대해서는 그 취지 및 사유를 통지한다’고 돼 있어, 적어도 공문에는 구체적인 사유가 기재돼 있으려니 기대했다”며 “그러나 ‘귀하에 대한 10년 동안의 근무성적평정결과 및 법관인사위원회의 연임적격에 관한 심의결과 등을 종합하여’라고만 기재돼 있었다”고 기막혀 했다.

그는 이어 “제가 법원게시판과 인사위원회에 제출한 방대한 소명자료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도 기재되지 않은 채, 종전의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며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도 않는 높은 산성에 맞부딪친 기분”이라고 대법원이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이라는 추상적인 말만하며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못했음을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서 판사는 “대한민국의 판사가, 철저한 비공개 원칙으로 인해 10년 동안의 근무평정이 어떻게 매겨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단 2주 동안의 형식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그것도 명단도 공개되지 않은 인사위원들로부터 심의를 받고서, 마지막 통지받은 사유도 단 두 줄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이번 대법원 결정이 여러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신분 보장된 판사에서, 10년 계약직 직원으로 전락한 이 순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서 판사는 “두 차례의 충격으로, 저는 지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고, 글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각종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고 있다”며 “가장 합리적이고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법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리고 당사자의 소명, 해명에는 전혀 답변조차 없는 이 마당에, 무슨 인터뷰가 필요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서 판사는 “일단은 제 임기 만료일인 2월 17일까지, 10년간의 법관생활을 잘 마무리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향후 저의 거취와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해 많은 분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 후, 추후에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방침을 포함한 입장발표를 정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10년간 판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기 때문에, 당장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기도 어려운 상태이나,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는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 조만간 밝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여러분 앞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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