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소신 발언으로 ‘개념판사’로 불리며 유명해진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사법연수원 29기)가 법원행정처로부터 연임(재임용) 적격여부 심사 통보를 받은 이후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질 없는 판사’로 낚인 찍은 것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서기호 판사 트위터 메인 화면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앞둔 6일 서기호 판사는 법원내부게시판에 ‘연임적격여부 심사를 위한 법관인사위원회 출석에 즈음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먼저 “저는 대법원으로부터 ‘오로지 근무성적만’을 이유로 연임심사를 받게 됐다고 통보받았음에도, 언론에 마치 ‘가카 빅엿’ 글 등으로 연임심사를 받게 된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고, 서기호 판사가 실제로 재판업무를 엉망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대법원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고 심사통보를 할리 있나?라는 식으로, 여론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 때문에 불가피하게 입장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기호 판사는 지난 1월27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으로부터 “당일 열린 법관인사위원회에서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연임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이므로, 그 사유를 알려주고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법원행정처는 서 판사가 2012년 상반기 연임심사 대상자(10년차 사법연수원 29기) 가운데 하위 2%미만에 속한다고 통보했다. 다시 말해 서 판사가 100명의 판사 중 99등 또는 100등의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 판사는 법원행정처에 요구해 받은 자신의 10년 동안의 근무성적평정을 공개하며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판사’로 분류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판사가 공개한 10년 동안의 근무성적평정은 ‘하’ 5회, ‘중’ 2회 / ‘B’ 1회, ‘C 2회다. 대법원은 2004년까지 A부터 E까지 5등급으로 평가를 진행했고, 2005년 이후에는 상ㆍ중ㆍ하 3단계로 나누어 법관근무 성적을 산정해왔다.
서 판사는 B와 C 평정은 5단계 평가방식에 따른 것이어서 이를 3단계 방식으로 환원하면 ‘중’이므로 결국 10년간 ‘중’을 5회, ‘하’를 5회 받은 셈이어서 중하위권 성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10회 모두, 혹은 8~9회 ‘하’를 받을 정도로 현저히 불량한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관리부 업무를 맡았을 당시 비교대상인 8명의 사건관리부 판사 중 사건처리율 1위, 조정율 2위를 차지했는데 ‘상’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신영철 대법관이었다.
현재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은 직무자세(성실성, 균형감, 책임감 등 종합 평가)와 직무수행능력(법률지식 및 법적 사고능력, 법정에서의 소송진행능력 및 자세, 판결작성능력, 사건처리능력 등 4개 항목으로 구성) 등 5개 항목에 대해 상ㆍ중ㆍ하 평가를 하고, 소속 법원장이 항목별 평정 등을 고려해 종합평정을 실시하고 있다. 서 판사는 법원장이 단독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과연 법원장이 공정하게 평정했는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판사는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 ‘재판관여 및 임의배당’ 문제가 헌법상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징계에 회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법원게시판에 올리는 등 전국법관워크샵과 단독판사회의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는데, 이런 행동과 최근 가카 빅엿 글 등 sns 활동이 ‘근무성적이나 근무평정’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이냐”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런 행동이 단지 재판업무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이라거나,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아 재판진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만으로 재임용 부적합 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기호 판사는 “대법원장께서, 지난 1월 언론과의 인터뷰 통해 ‘국민과의 소통, 재판을 통한 소통을 강조하시면서 sns 판사와도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저 역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연임 부적격심사가 개시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당혹감도 내비쳤다.
서 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그것이 이번 부적격 심사의 겉으로 제시되지 않은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연임심사는 부적법한 것이고, 행여 ‘스스로 사표 쓰게 하거나, 소신발언 자제하도록 판사 길들이기’의 의도로 행사돼서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그렇게 되면 대법원장의 독자적인 의중이 아닌 청와대, 정치권이나 특정언론 등 외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외부에 의해 좌우되는, 사법권 독립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판사는 “‘떨리는 손으로는 판결문을 작성할 수 없다’라는 법언이 있는데, 이는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상황에서만 공정하고 독립된 판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며 “외부의 압력으로 연임심사 등이 좌우될 경우, 평판사들의 독립된 소신 재판과 법원장 등 사법부 지도부에 대한 사법부 발전, 재판업무 개선을 위한 소신발언을, 독립된 1인 헌법기관으로서의 국민과의 소통노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소수 엘리트판사 중심의 사법관료화를 가속시켜, 국민을 위한 사법부에서도 점점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판사는 “지금 근무평정결과를 스스로 공개함으로써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며 “그러나 결코 부끄럽지 않다. 스스로 10년간을 돌이켜볼 때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거나 ‘판사로서 직무수행 불가능’에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떳떳하며, 기존의 근무평정결과 중 일부는 진실과도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런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앞으로 법관연임 심사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이루어지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다음 연임심사 대상 판사들이 불안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떨리지 않는 손으로 예측가능하게 재판업무에 매진하고, 사법행정에도 소신발언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며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법관 연임심사 절차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적었다.
서 판사는 “연임심사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사실상 판사직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판사직이 박탈되느냐 마느냐의 중차대한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연임 적격여부 심사절차에는 당연히 방어권이 충실하게 보장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만일 이러한 절차보장이 충분히 되지 않을 경우 헌법상 법관의 신분보장과 재판의 독립 원칙을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 등 법적 분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법과 원칙대로 하지 않고 기존 관행대로 법관연임 심사가 진행된다면, 평판사들, 법원직원들, 그리고 국민들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가뜩이나 높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더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기호 판사 “자질 없는 불량 판사로 여론재판 받아”
“연임 부적격심사가 개시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사입력:2012-02-07 16: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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