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과 법률전문가, ‘형량’ 현격한 시각차

대법원 양형위원회 설문조사 결과 기사입력:2012-01-26 13:03:00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일반 국민과 법률전문가들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국민 상당수는 성범죄를 살인죄 못지않게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법률전문가들은 살인범죄가 성범죄보다는 중하게 처벌돼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11월14일~12월9일 사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일반국민 1000명(1대1 면접조사)과 판사ㆍ검사ㆍ변호사ㆍ형법학 교수 등 908명(이메일)을 대상으로 ‘양형기준 및 양형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는 최근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아동ㆍ장애인 대상 성범죄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대법원이 일반인과 전문가에 대한 양형의 인식을 확인하고 이를 향후 양형기준 설정 및 수정 등에 반영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사례 1> 피고인은 미성년자를 강간(성폭행)할 목적으로 초등학교 주위를 배회하던 중 피해자(12,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했고, 같은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10,여)를 유인하려다가 실패해 미수에 그쳤다.

<사례 2> 피고인은 친구인 피해자와 술을 마시던 중 친구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홧김에 흉기로 피해자를 3회 찔러 살해했다.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상 앞선 두 사례와 같이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간범죄 유형과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범죄 유형의 권고형량범위는 9년~13년으로 동일하지만, 일반 국민과 법률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두 가지 사례 중 어느 사안이 더 중하게 처벌돼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법률전문가들의 15.2%는 강간이 더 높게 처벌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 일반 국민의 26.1%는 강간이 더 높게 처벌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일반 국민의 경우 강간과 살인이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응답도 38%에 달해 일반 국민 응답자의 64% 이상이 아동 대상 강간을 살인에 준하거나 더 심각한 중죄로 인식했다.

반면 법률전문가의 61.1%는 살인이 더 높게 처벌 받아야 한다고 답했고, 일반 국민은 35.8%가 살인이 더 중하게 처벌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양형위원회는 “일반 국민의 경우 최근 ‘도가니 사건’ 등을 통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의 경우 살인범죄 못지않게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법률전문가들은 살인범죄가 중하게 처벌돼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조사돼 일반 국민과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고 풀이했다.

성범죄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뤄졌을 때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사례 3> 피고인은 평소 안면이 있던 피해자(여,25)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피해자를 침대에 밀어 눕히고 반항하는 피해자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목을 조른 후 강제로 강간하고, 이로 인해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했다.

이 같은 강간상해 사건에서 법률전문가들의 54.3%는 징역 2~3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전문가의 의견과 같은 일반 국민은 19.3%에 불과했으나, 37.4%는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위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법률전문가의 62.8%는 징역 2~3년 이하의 집행유예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으나 일반 국민은 20.8%만이 같은 의견을 냈다.

반면 징역 2~3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은 19.1%, 징역 3~4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은 21%,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18.1%나 돼 일반 국민의 실형 의견이 60% 가까이 됐다.

<사례 4> 피고인(40대)은 피해자(여,15)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의붓아버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모친이 피고인과 다툰 후 일시적으로 집을 나가버려 잠시 피해자와 단둘이 살고 있던 중 피해자를 강간할 것을 마음먹고, 몰래 수면제를 탄 오렌지 주스를 먹게 한 다음 피해자가 약기운에 쓰러진 틈을 타서 의붓딸을 1회 간음했다. (피고인은 범행 후 자수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

이 사건에서 법률전문가의 42.1%는 징역 2년~3년 6월 이하의 실형 의견을 냈으나 국민은 8.2%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8.6%는 징역 7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고, 전문가들은 7.9%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이밖에 향후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한 범죄군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 SNS 등의 발발로 인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이어서 변호사법위반죄, 부정수표단속법위반범죄, 환경범죄, 국가보안법위반범죄 순으로 응답했다.

대법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오는 30일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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