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은 생활비를 벌려고 보모 일을 하다가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새벽에 울고 보채며 귀찮게 하자 화가나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주부에게 징역 8년을 확정했다. 반면 처를 대신해 처벌받으려 허위자백 했던 남편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이렇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J(28,여)씨는 2008년 7월 아들을 출산한 후 산후 우울증을 겪었고, 산후조리를 전혀 하지 못해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남편 A(39)씨의 월급으로는 생활하기 힘들어 2009년 1월부터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집에서 아기(생후 10개월)를 돌봐주는 보모 일을 시작했다.
생활비가 많이 쪼들리자 J씨는 2009년 7월 중순부터 생후 8개월 된 아기(B)를 일주일에 보육료 20만 원씩 받는 조건으로 돌보게 됐는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아들과 다른 2명의 아기 등 3명을 한꺼번에 돌보게 돼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러던 중 J씨는 아기(B)를 돌보게 된 지 열흘째 되던 날 새벽 B가 분유를 먹었음에도 잠을 자지 않고 계속 크게 울고 보채며 귀찮게 하자 순간적으로 화가 나 발로 아기를 수회 밟아 갈비뼈 골절 및 장파열 등으로 숨기게 했다.
퇴근 후 아기들을 돌보다 안방에서 잠을 자던 남편 A씨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 당일 B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줬더니 빨면서 자는 것을 보고 나도 잠이 든 후 B가 우는 소리가 들려, 처가 우유를 먹이려 간 후 울음소리가 그쳤다가 잠시 후 B를 안고 들어와 아기가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말해 119에 신고하라고 한 후 인공호흡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이 부검결과를 토대로 B의 머리 부위가 골절됐고, 장기 대부분이 절단돼 그로 인해 숨졌다면서 J씨가 폭행해 사망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A씨는 “그럴 리가 없다”는 취지로 대답한 후 공소사실과 같이 자신이 B를 발로 밟았다며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을 바꿨다.
A씨는 “아내로부터 아기가 너무 울어 머리를 몇 대 때렸더니 숨을 안 쉬는 것 같다는 말을 들어, 내가 119신고를 한 후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아기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는데, 아기는 심폐소생술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기영 부장판사)는 2010년 6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던 피고인이 자신이 피의자로서 범행을 추궁 받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자백을 하기 시작했고, 피고인이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처가 구속될 경우 겪게 될 어려움을 생각해 허위 자백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진술을 번복하던 A씨는 결국 “피해자 부검 결과를 들었을 때 너무 놀랐고, 그렇게 심한 줄은 몰랐었다. 머리 한쪽이 부어올라 있어서 그것 때문에 죽은 줄 알았었는데, 머리가 아니라 배가 잘못돼 죽었다니까 지레짐작으로 집사람이 뭐 잘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집사람이 교도소 갈 생각을 하니까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서 자백한 것”이라고 진술을 정리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상철 부장판사)는 2010년 9월 “검찰에서의 피고인 자백은 그 동기가 의문스럽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와 모순되는 점이 있어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재판장 신영철 대법관)는 1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 살인 20대 주부 징역 8년…“피해자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 줘”
반면 A씨의 처 J씨는 이날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맡아 보던 아기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J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새벽 1시경 깨어나서 5시가 넘어 피해자를 안고 안방으로 가서 피해자가 숨을 안 쉰다며 남편을 깨울 때까지 남편은 안방에 있었으므로 그 시간대에 피해자에게 가해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남편에게 데려가기 전에 혼자서 인공호흡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어떤 가해행위를 한 것이 걱정돼 자신이 우선 해결해 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점 등의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해행위를 가해 사망케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기영 부장판사)는 2010년 12월 J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아기를 맡겼던 피해자 부모로서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 부모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거나 피해 보상을 한 사실이 없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남편에게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을 매우 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J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던 상태에서 자신의 아이를 포함해 3명의 아이를 돌보면서 상당히 힘들어 하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사건 당일에도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살인의 범의도 미필적 고의일 뿐만 아니라, 고의의 정도도 매우 약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1심 형은 과중하다”고 밝혔다.
대법, 아내 지키려 ‘살인’ 허위 자백한 남편 무죄
보모로서 돌보던 아기 살해한 20대 주부 징역 8년 확정 기사입력:2012-01-13 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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