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 1심→대법원까지 모두 무죄

승소할 수 있는 세금소송, 조정으로 종결해 KBS에 1892억원 손해 끼친 혐의 기사입력:2012-01-12 15:45:01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세청과의 세무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경영부실 책임을 면해 사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 ‘조정’으로 마무리 해 KBS에 1892억 원의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정연주(62) 씨는 2003년 4월 KBS 사장에 취임해 전임 사장의 잔여임기를 마치고 두 달 뒤인 2003년 6월 이사회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다시 임기(3년)를 시작해 연임하다가 2008년 8월 해임됐다.

검찰은 정연주 전 사장이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진행 중이던 지난 2005년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승소가 확실해 적어도 1심 승소가액인 2448억원(1심 승소금액 1764억원+환급가산이자 684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서둘러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원만 환급받고 조세소송을 취하해 국가에게 1892억원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반면,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했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연주 전 사장이 합리적 이유 없이 경영부실의 책임을 면하고 이로써 사장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KBS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인식 하에 의도적으로 KBS에 손해가 되는 법원 조정을 감행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은 “KBS의 경영부실 책임을 부담하게 될 우려가 높아졌다는 이유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법률검토 없이 세무당국과의 조정을 통해 소승금액의 일부만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거나, 재정적자로 인한 노조의 퇴진압박에서 벗어남과 아울러 임기 종료시점인 2006년 4월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 개인적 목적으로 조세소송을 조정으로 종결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2009년 8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정사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조세소송을 법원의 조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판단함에 있어, 합리적이고 신중한 검토 없이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곤란함을 겪고 있는 상황, 즉 재정적자로 인한 퇴진 압박에서 벗어남과 아울러 임기 종료시점인 2006년 4월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 비록 KBS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의도적으로, 즉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상급심에서의 확정판결을 받는 대신 조정에 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KBS의 유ㆍ불리는 최종 사법판단 이전에는 선뜻 판단할 수 없는 사항이고, 조정이라는 것 자체가 이러한 유ㆍ불리를 법원의 관여 하에 합의에 따라 종결시키는 것으로, 특히 법원이 조정안을 승인하고 권고안을 내어 상대방이 응하는 형태라면 어느 일방에 배임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법작용의 속성에 비추어 어렵다고 보며, 재판부의 방조 책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는 공소사실에서 ‘상급심에서도 KBS의 승소가 매우 유력’ 또는 ‘승소가 확실시되는 조세소송’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를 전제로 피고인이 조세소송을 계속하거나 KBS에 더 유리한 조정안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업무상배임의 죄책을 묻고 있으나, KBS 입장에서 과연 최종 승소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더 많았는지 의문이며, 객관적으로도 KBS의 승소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따라서 KBS 승소 가능성의 문제와 피고인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했는지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부정된다”고 검찰을 지적했다.

이 사건 조정 당시는 KBS가 부당이득금 소송을 제기한지 약 10년, 조세소송을 제기한지 6년이 경과된 시점으로서 조세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 선고까지는 적어도 수년의 기간이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이고, 만약 판결의 취지에 따른 세금 재부과가 있게 되면 KBS로서는 다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므로, 결국 판결로 조세소송을 종결한다면 그 끝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결과적으로 KBS 사장으로서의 경영상 나아가 정책적 판단으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정연주 전 사장이 사장 지위 유지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조정을 서둘러 추진해 합리성이 결여된, KBS에 불리한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는 검찰의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검사는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조정안인지 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KBS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과세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과세관청과의 의견 조율을 거쳤고, 1년 이상 내부 검토와 외부 법률전문기관에의 자문 의뢰 등을 통해 조정안을 마련했으며, 결과적으로 KBS는 재정적 어려움을 피하는 한편 향후 추징도 면해 재무상태가 호전됐던 점, 나아가 조정안 내용에 명백히 불합리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정안에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과연 조정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의 동기 내지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해 검토해 보면, 특히 조정의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조세소송을 법원 조정이라는 형식으로 종결지음에 있어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죄로 결론 내렸다.

그러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안영진 부장판사)는 2010년 10월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세소송에서 KBS가 최종 승소할 것이고, KBS의 추가 재정 부담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재정적자의 일시해소를 통한 경영책임 회피 및 사장직 연임 등 개인적 목적으로, 충분한 검토와 전문가들의 자문 없이, KBS의 이익에 명백하게 반하는 불합리한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2010도15129)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도 12일 이길 수 있는 국세청과의 세금 소송을 조정으로 중단해 KBS에 1892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KBS 사장으로서 KBS와 국세청 사이의 조세소송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급금을 이용한 재정적자의 일시적 해소를 통한 경영책임의 회피 및 사장직 연임 등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KBS의 이익에 명백하게 반하는 불합리한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함으로써 KBS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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