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정신장애 숨긴 결혼은 이혼사유”

“배우자에게 참고 살아가라고 일방적인 희생 강요할 수 없다” 기사입력:2012-01-11 12:38:4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불치의 정신장애를 숨긴 채 결혼한 남편에게 이혼 책임을 묻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대방 배우자에게 참고 살아가라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의 A(29,여)씨는 2004년 이주여성의 소개로 B씨와 국제결혼을 했지만 언어장벽으로 인해 남편에게 정신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혼 후 A씨는 줄곧 시어머니 등 시댁식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집안일 이외에도 시댁식구들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을 도왔다.

반면 B씨는 평소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주로 동네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이유 없이 웃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곤 했다.

또한 B씨는 잦은 성관계를 요구하고, A씨가 피곤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하면 욕설을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등으로 괴롭히고 억지로 성관계를 시도하기도 했으며, 부모들 앞에서 부부잠자리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A씨도 차츰 남편의 정신장애에 대해 알게 됐고, 남편의 정신장애 증상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오던 중 2009년 7월 아들을 야단쳤다고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이후 A씨는 자발적으로 귀가했으나, 며칠 뒤 다시 아들을 데리고 나와 현재 별거 중이다. 결국 A씨는 이혼 및 위자료 소송을 냈다.

전주지법 제2가사부(재판장 김종춘 부장판사)는 최근 필리핀 국적의 A(29)씨가 남편 B(32)씨와 시어머니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A씨와 B씨는 이혼하고 B씨는 위자료 300만 원과 매달 양육비 15만 원을 지급하고, 아이의 친권자를 A씨로 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 남편의 정신장애로 인한 이상행동을 원고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별거에 이르게 된 무렵부터는 혼인생활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빠지게 됐고, 그 파탄의 주된 원인은 피고가 자신의 정신장애를 숨긴 채 결혼해 원고로 하여금 피고에 대한 신뢰를 상실케 하고, 혼인기간 내내 정상적인 부부로서의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게 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부부는 동거하고 서로 부양하며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고,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해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기는 하나, 일방이 불치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혼인 전에 미리 알리지 않은 채 혼인했고, 정신장애로 인해 상대방 배우자가 끊임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그러한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인 경우에까지 상대방 배우자에게 한정 없이 참고 살아가라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단지 원고가 혼인 중 피고의 정신장애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일정기간 혼인생활을 지속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와 관련, “원고와 피고 남편의 혼인생활이 피고의 책임으로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쉽게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다만 B씨의 직업, 재산상태, 혼인계속 기간 등을 참작해 300만원만 인정했다.

한편, A씨는 “시어머니가 자신을 노예처럼 취급하며 무리한 노동을 시키고 낙태를 강요하는 등 학대하고 폭행함으로써 부당한 대우를 해 혼인파탄의 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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