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08년 국회 ‘미디어법’ 저지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이른바 ‘공중부양’ 폭력 사태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강기갑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됐다.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이 아닌 다른 법률을 위반한 때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의원직을 잃는 규정에 따라 강 의원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 2008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및 당직자들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상정을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MB악법저지’ 라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때 김형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 경위들이 현수막을 철거하며 강제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2009년 1월5일 당시 경위와 몸싸움을 벌이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오전 9시15분경 강제해산을 항의하기 위해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원탁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르고 협탁을 넘어뜨리는 등 소란을 피웠다.
강기갑 의원(사진출처=의원 홈페이지)
◈ 1심, 강기갑 의원 무죄…왜 무죄로 판단했나
이로 인해 강 대표는 공무집행방해, 방실침입, 공용물건손상,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가 지난해 1월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농성 당시 국회사무처 경위들이 본회의장 문에 부착된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한 것은 적법한 행동이 아니었고, 국회 본회의 개최와 무관하게 발동된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도 장소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강 대표가 경위와 몸싸움을 벌일 당시 옷을 잡아당긴 것에 대해 경위들이 ‘강기갑 대표로부터 위협이나 봉변을 당한 느낌이 없었다’고 진술하는 점을 들어, 이 판사는 “강 대표가 현수막을 철거하는 경위들에 대해 화가 나 순간적으로 감정을 이기 못한 감정의 표현에 불과할 뿐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간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서도 이 판사는 “사무총장실은 직무협의를 위해 국회의원의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간이고, 당시 피고인은 사무총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경위들에 의해 보좌관들이 연행되고 당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본회의장 출입문에 게시한 현수막이 부적법하게 강제로 철거되고, 경위들에 의해 최고위원회의까지 방해 내지 무산된 것에 대해 정당의 대표자로서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거나 정당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간 것으로 박계동이 직무상 피고인의 면담을 거절하고 출입을 제지할 특별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이른바 ‘공중부양’으로 불린 원탁에서의 행동이 신문을 보던 사무총장의 공무집행을 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판사는 “휴식을 취하던 공무원이 직무에 복귀하지 않고 계속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 그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있다고 하여 이를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나아가 점심시간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개인적인 자리에서 점심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 또는 근무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잠시 개인적인 일을 보는 것이 공무수행에 해당하지 않음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총장 비서실 직원은 매일 배달돼 온 신문 중에서 사무총장의 업무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 제공해 왔고, 국회활동의 대외공표, 언론기관의 취재 및 보도에 관한 업무는 국회 대변인이 국회의장의 명을 받아 수행하고 있으므로, 박계동으로서는 그 직무와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은 스크랩된 신문기사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또한 피고인이 들어 올 무렵 박계동은 스크랩된 신문기사를 본 후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으면서 국회 경위들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항의하러 온 피고인이 나갈 때까지 아무런 응대 없이 계속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등 피고인을 외면했다”며 “그렇다면 박계동은 피고인이 들어와서 나갈 무렵까지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보호법익인 공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항소심, 1심 뒤집고 유죄 인정해 벌금 300만원 왜?
그러자 검사가 항소했고, 항소심인 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대준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강기갑 전 대표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국회 경위의 현수막 철거는 적법한 직무집행이었고, 강기갑 의원이 방호원의 멱살을 잡고 흔든 것은 폭행으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에 해당하며, 또 박계동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보조 탁자를 넘어뜨린 것은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행사한 폭행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항의의 정도를 넘어섰고, 국회의장 및 사무총장의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됐다면 국회의원이고 정당의 대표였던 피고인으로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충분히 항의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한 국민여론 등을 고려할 때 국회질서를 회복해 국회운영을 정상화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정당의 대표로서 소수당에 대한 부적절한 처우에 항의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입법 활동 등의 의정 업무를 수행해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문에 불법으로 현수막을 부착하고 그 앞에서 장기간 농성하다가 현수막이 강제로 철거되자,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않은 채 극도로 흥분해 국회 경위 등 및 국회 사무총장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공용물건을 손상한 것으로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흥분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그 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사과하고 농민 등 소수자를 위한 의정활동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그리 중하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 대법 “신문 보던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직무집행 중”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2일 국회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노동당 당직자에 대한 강제해산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이른바 ‘공중부양’을 하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국회 경위들의 현수막 철거 행위는 국회법 및 국회청사관리규정에 의한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했고, 나아가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경위들을 따라가 옷을 잡아당기거나 멱살을 잡고 흔드는 행위를 한 이상 이를 소극적 저항행위 내지 감정의 표현이거나 경위들이 개의치 않을 정도의 경미한 것으로서 직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신문을 보던 박계동 사무총장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에 대해서도 먼저 “국회 사무총장이 비서실 직원이 스크랩해 놓은 신문기사를 읽는 것 이외에 직접 신문을 찾아보며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국회 사무총장의 직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하다가 일시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나 직무집행 착수 이전의 준비 단계에 있는 경우에도 공무집행방해죄에서 말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보조 탁자를 넘어뜨리고 대형 원형탁자 위에 뛰어 올라가 발을 구르는 등의 행위를 한 때에 박계동 사무총장이 직무집행 중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보조탁자를 두 손으로 밀어 넘어뜨릴 때에 보조탁자를 손상한다는 인식을 가졌거나 적어도 손상될 것을 예상하고 이를 감수한 채 위와 같은 행위를 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박계동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방실침입과 관련, 재판부는 “국회 사무총장실은 국회 사무에 관한 협의 등을 위해 국회의원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점, 피고인이 처음부터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범죄행위를 할 목적으로 사무총장실에 침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박계동의 묵시적 추정적 의사에 반해 사무총장실에 침입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 국회 ‘공중부양’ 강기갑 의원 벌금 300만원
“신문 보던 박계동 사무총장은 직무집행 중”…방실침입만 무죄 기사입력:2011-12-22 11: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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