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MBC 상대 패소 판결 이유?

서울중앙지법 “실명 보도한 방송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 아니다” 기사입력:2011-12-05 16:18:3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조선일보>가 신인 연기자 고(故) 장자연 자살 사건과 관련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언론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판결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탤런트 장자연 씨는 2009년 3월 7일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택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언론들이 자살동기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한 취재가 시작되자, 장씨의 소속사 매니저팀장인 Y씨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문건은 장씨의 자필로 작성됐고, 주요 내용은 유력인사들에 대한 술접대, 잠자리 강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문건에는 “2008년 9월 조선일보 특정임원 A씨가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이에 장씨의 유족은 A씨 등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등으로 고소했고, 이에 경찰의 수사가 개시됐으나 수사결과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조선일보 “MBC가 방송을 통해 특정임원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A씨가 장자연으로부터 술접대와 성상납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처럼 암시하거나 조선일보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에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MBC 뉴스데스큰 신경민 앵커는 마치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를 덮기 위해 박연차 리스트를 고의적으로 부각시키고, 경찰이 확보한 DNA가 A씨의 DNA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등 악의적인 앵커멘트를 함으로써 A씨가 장자연으로부터 술접대와 성상납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처럼 암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3억 원, 송재종 보도본부장에게도 방송 제작과 보도과정에 관여했다며 3억 원 등 MBC를 상대로 총 1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조윤신 부장판사)는 지난 11월30일 조선일보와 특정임원 A씨가 MBC와 신경민 앵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 회사는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더불어 3대 주요 신문사로 상대적으로 판매부수가 많은 점, 여기에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여론형성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들은 이른바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자연 사건은 신인 여자 연기자의 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유력인사들에 대해 술시중, 성상납 등을 할 것을 강요하는 연예계의 구조적인 부조리에 관한 사안으로 방송이 보도될 무렵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으로서 공적 관심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실제 원고 A씨는 문건에 언급돼 장자연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있어 장자연의 유족에 의해 고소까지 당한 점, 이 방송은 사회지도층 내지 유력인사에 대한 경찰의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도 가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방송에서 원고들의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원고들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보다 우월해, 국회의원들이 원고들의 실명을 언급하고 이를 피고가 방송을 통해 보도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와 같은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자연의 유족이 고소한 원고 A씨가 신인 연기자들의 인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방송보도가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원고들을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것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표현행위 시점에서는 그 진실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토론과정이나 법원에 의한 심리의 결과 비로소 진위 여부가 판명되는 경우가 있고, 만일 사후에 허위라고 판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이를 제재한다면 번복할 수 없는 진실만 표현될 수 있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을 우려하는 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기본권의 행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방송 보도가 암시한 ‘원고 A씨가 장자연으로부터 술접대와 성상납을 받았다’는 점에 관해 A씨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방송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록 피고 회사가 진실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암시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원고들의 실명을 방송했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고, 나머지 보도 또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노만경 부장판사)도 이날 조선일보가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대해 동일한 이유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기는 했지만 공공성과 진실성이 인정되므로 발언에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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