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성향 소수의견을 다수 제기해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박시환(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정든 법원을 떠나며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강조했다.
박시환 대법관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법원이 다수의 뜻에 순치된 법관들로만 구성되는 경우에는 그 사회는 사법부가 존재하지 않는 비극적인 사회로 전락되고 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법관은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은 사법권의 생명과 같다”며 “법관이 독립해 재판하기 위해서는 법관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수나 강자의 입맛에 맞게 통제되는 법관, 순치되는 법관으로는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의 이익을 두루 살피고 다양한 가치관에 따라 창조적인 법해석을 통한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법관은 “그러나 법관의 자율은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다”며 “법관을 통제하고 자기편으로 길들이려는 욕구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어, 결국 법관의 자율은 법관 스스로가 싸워 지킬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함, 끊임없는 자기성찰, 한결같은 진정성, 그리고 법관을 길들이려는 시도에 맞서는 담대한 용기, 이것들만이 여러분들의 자율성과 재판의 독립을 지켜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판결과 소수의견을 제시해 온 박 대법관은 이날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그는 “법원은 그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모두 품어 안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우려내는 기관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다수의 이익과 행복을 좇아 결론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자, 소외된 자, 약자의 행복이 그 대가로 지불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다수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면서도 동시에 소수자가 무엇을 아파하는지,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함께 가슴아파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못한다면, 법원은 다수자들의, 그들만의 법원에 머무르게 되고, 그 바깥으로 밀려난 자들은 버려진 사람으로 남아 하소연할 데 없는 아픔을 품고 잊혀진 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자, 약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소수자, 약자의 처지에 공감을 하는 분들이 법관 속에 포함돼 있어야 하고, 특히 최고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을 대변하는 분들로 다양하게 구성돼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주장했다.
박 대법관은 또 자신의 자세를 낮추며 겸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대법관 임기) 6년이라는 기간은 쉽지는 않은 시간이었다”며 “2003년 지방법원 부장판사로서 대법관 선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을 떠났던 제가 2년 만에 대법관으로 법원에 복귀하는 일은 저로서는 무척 곤혹스럽고 민망한 일이었다”고 당시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한편으로 일부에서는 저의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변화와 개혁, 소수와 진보 등의 의미를 부여하며 눈에 띄는 확연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대법관이라는 막중하고 영광된 소임을 맡기에는 저는 너무 부족하고 모자랐다”고 자세를 낮췄다.
박 대법관은 “능력과 자질에 비해 저는 너무 과분한 자리에 와 있었으며, 저의 그릇은 이미 넘쳐흐르고 있었다”며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6년간 저 나름대로는 애를 써 왔지만 제가 이루어낸 소출은 작고 초라하기만 하고,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도 했고, 6년 내내 자괴심과 부채감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작고 초라하나마 제가 빚어낸 소출이 다소라도 있다면 그것은 선후배 동료 법관들과 법원 안팎에서 간절한 바람으로 기원해 주신 분들의 애정 어린 도움 덕분이었다”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특히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 오신 법원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시환 대법관 “재판과 법관의 독립은 사법권 생명”
“결국 법관의 자율은 법관 스스로가 싸워 지킬 수밖에 없다” 기사입력:2011-11-18 13: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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