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제5공화국 시절의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의 하나인 ‘오송회’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150여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건은 이렇다. 다섯(五) 명의 교사가 소나무(松) 아래에 모였다는 의미의 ‘오송회 사건’은 지난 1982년 전북 군산 제일고 교사들이 시국토론을 한 것을 빌미로 당시 정권이 이들 관련자 9명(교사와 국영방송국 직원)을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이적단체로 규정했고, 이들은 전북도경 대공분실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교사 등 관련자 9명은 기소됐고, 1심인 전주지법은 1983년 5월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6명은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인 광주고법은 두 달 뒤인 7월 이들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9명 모두에게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상고심도 1983년 12월 유죄로 판결했고, 이 사건은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돼 기소 7개월 만에 3심 모두 마무리됐다.
이후 오송회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5월 오송회 사건은 수사기관의 강제연행 및 구금, 고문 등 가혹행위에 의해 피해자들로부터 허위자백을 받아내어 처벌한 사건으로 판단했다.
이에 “국가는 수사과정에서의 불법 감금 및 가혹행위에 기한 허위 조작 기소 및 유죄판결 등에 대해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사과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해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이후 재심이 열렸고, 광주고법은 2008년 1월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렇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건 발생 2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생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망인의 유족 33명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7민사부(재판장 이 림 부장판사)는 2010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인정, 위자료와 이자로 약 20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불법으로 체포ㆍ감금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극도의 두려움과 절망에 빠졌던 점, 그 후 가족과 격리된 채 옥살이를 하면서 행복을 박탈당했던 점, 이 사건으로 직장에서 불명예스럽게 파면 및 직위 해제됐고 석방된 후에도 사회적 비난과 국가의 감시로 인해 취직도 어려웠던 점, 석방 후 고문 후유증으로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심한 우울증과 불안감 등에 시달렸고, 원고들은 남편과 아버지, 아들을 감옥에 빼앗긴 아픔에 더해 ‘간첩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쓰고 사회적인 비난과 차별, 수사기관의 지속적인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던 점, 이와 같이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원고들의 잘못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32민사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지난 6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이자 발생 시점을 따져 배상액을 약 150억 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돼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해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 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산정의 기준 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가가 이미 손해배상 청구시효가 지났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3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사 또는 국영방송국 직원이었던 피해자들이 불법체포와 구금돼 극심한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점,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고문 등으로 인해 허위자백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유죄로 인정된 점, 피해자들은 항소심에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형량이 높아졌고 일부 피해자들은 법정구속됐던 점, 고문 등 가혹행위 사실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경험이 있는 피해자들에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런 점에 비춰 보면, 형사재심판결이 확정된 때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큰 반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위헌ㆍ위법적인 불법행위로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피고의 손해배상채무 이행 거절을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5공 공안조작 ‘오송회’…피해자들에 150억 배상 확정
대법,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 지났다는 국가 상고 기각 기사입력:2011-11-11 13: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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