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성형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이 나타나자 성형외과 앞에서 ‘의사가 내 코를 망가뜨렸다’는 문구가 쓰인 입간판을 몸에 부착한 채 서 있더라도 허위사실 유포행위로 보기 어려워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48)씨는 2002년 이후 광주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K씨로부터 3회에 걸쳐 코 수술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코의 외형이 손상되고 후각이 상실되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07년 12월 이 병원 앞에서 상복 차림으로 ‘내 코 원상복귀하고 망친 내 인생 돌려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몸에 부착한 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OOO 성형외과 의사가 저의 코를 고의적으로 망가뜨렸습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확성기를 이용해 “파렴치한 의사 OOO은 각성하라. 돌팔이 의사 OOO을 시민의 이름으로 추방합시다”라고 소리쳤다.
이로 인해 A씨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됐고 1심인 광주지법 김승휘 판사는 2009년 8월 A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김승휘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나,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수술상의 과실로 인해 피고인이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됐다고 생각할 만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고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유인물 등을 통해 유포한 내용은 허위사실이 아니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으로 의사 K씨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항소했으나,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송희호 부장판사)는 2010년 11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2회에 걸쳐 ‘OOO 성형외과 의사가 저의 코를 고의적으로 망가뜨렸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확성기를 이용해 ‘파렴치한 인간 OOO이 내 코를 고의적으로 망가뜨렸습니다’이라고 소리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이 유인물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인정되고, 당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유포한 사실이 허위라는 인식도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병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된 A(48,여)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은 병원 앞길에서 ‘각성하라. 내 코 원상복귀하고 망친 내 인생 돌려달라’는 내용의 입간판을 목에 걸고 서 있기만 했을 뿐, 유인물을 배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증인 K(성형외과 의사)씨의 법정진술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증인 K의사는 피고인이 유인물을 배포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증언 이후에 위증 혐의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착오를 일으켜 잘못 증언한 것이라고 진술해 위증으로 약식명령을 발부받기까지 한 사실, 병원 간호사가 피고인의 시위상황을 지켜보고 매일매일 작성한 시위상황일지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상복을 입고 입간판을 목에 걸고 아무 말 없이 서 있다는 내용으로 기재돼 있는 사실을 종합하면 K씨의 법정 증언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심이 채용한 위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유인물을 배포해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이 목에 걸고 있었다는 입간판에 기재된 문구는 그 문구의 형태 및 내용, 기재 방식에 비춰 그 자체만으로 ‘허위사실의 유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유인물을 배포해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증인 K씨의 말만 믿고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 보낸다”고 판시했다.
“내 코 망가뜨렸다” 성형외과 앞 시위…업무방해 아냐
대법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업무방해 유죄 파기환송” 기사입력:2011-11-10 17: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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