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7년 별거한 무관심 남편은 이혼 자격 없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17년이나 별거에 이른 남편에게 있기 때문” 기사입력:2011-11-04 15:13:57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아내와 17년 동안 별거생활을 하며 한 번도 아내를 찾지 않은 남편이 이혼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혼인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K(58)씨와 L(56,여)씨는 1981년에 결혼했다. 직장 때문에 포항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K씨는 이후 직장 전근 때문에 몇 차례 이사를 했다. 1989년에는 마산으로 이사하게 됐는데, 당시 K씨는 아내와 함께 이사하지 않은 채 따로 살기 시작했고, 1990년 광양으로 전입신고를 한 이후 아무런 왕래나 연락도 없는 채 17년 이상을 별거해 왔다.

그러던 중 2006년 11월부터 잠시 합쳐 지내왔으나, K씨는 2007년 6월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간 뒤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L씨는 이혼할 의사가 없었다.

K씨는 “결혼 초부터 아내의 의부증과 극심한 성격차이 등으로 끊임없이 불화가 계속되던 중 아내가 1989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이사를 해 17년 넘게 장기간 별거 사태를 초래했고, 또한 다시 합친 2006년 11월 이후로도 온갖 악담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가 하면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 금전적인 이해만을 앞세워 핍박하는 등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인 광주지법 순천지원 가사3단독 선재성 판사는 2008년 4월 K씨가 L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선재성 판사는 “인정사실에 따르면 1989년 집주인이 올린 전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사하기로 했는데, 이사 당일 원고가 이사 날짜를 알고 있으면서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피고가 친정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 이사한 사실, 당시 피고는 집주인에게 새로 이사할 집의 주소를 남기면서 원고에게 전해 줄 것을 부탁했고, 그 후 원고는 집주인을 통해 새로 이사한 집의 주소를 알게 됐음에도 피고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17년의 별거기간 동안 1995년에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 및 통원치료에도 불구하고 수회에 걸쳐 원고의 행방을 찾아 광양으로 향했던 반면, 원고는 한 번도 피고를 찾지 않았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혼인관계의 파탄은 부부사이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를 쉽사리 저버린 채 17년 동안이나 피고를 유기한 원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 판사는 “결국 민법 제840조 제2호, 제6호에 기한 원고의 이 사건 이혼청구는 이른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귀착돼 허용될 수 없다”며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인 광주지법 가사부(재판장 김진상 부장판사)도 2008년 11월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의 주된 잘못으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특별한 사정도 없어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K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K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도 K씨가 이혼을 거부하는 아내 L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원고에게 있고, 피고가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 없이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만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혼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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