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공익제보자와의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면서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해 음성을 변조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터뷰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됐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돼, 방송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K(53)씨는 2007년 2월 브로커를 통해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받는 방법을 모 방송국 기자에게 제보했다. 이후 기자는 경찰을 대동해 잠입 촬영했고, 브로커 일당은 경찰에 체포됐다.
그 무렵 K씨는 기자의 요청에 따라 실업급여 부정수령 과정 등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이 제보했다는 것이 브로커 일당에게 노출되는 것을 불안해했다. 방송 당시 뒤에서 촬영해 앞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고, 음성도 변조되지 않았다.
방송 이후 K씨는 협박 쪽지를 받았고, 신분이 노출됐다는 두려움에 자신의 집에 2~3대의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편 브로커 일당이 체포되면서 K씨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고, 또한 고용지원센터로부터 그동안 불법으로 수령 받은 실업급여 278만원을 반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K씨는 “제보 당시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음에도 기자가 인터뷰 취재한 후 방송하는 과정에서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를 충분히 하지 않아 신분이 노출되게 해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등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방송국이 K씨에게 49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양쪽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인 의정부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강상욱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뉴스에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돼 피해를 봤다며 K(53)씨가 모 방송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1나6848)에서 초상권 침해를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취재행위 또한 보도의 자유에 의해 보호돼야 하나, 언론이 취재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해 취재하거나 타인에게 위법한 행위를 교사 또는 가담하는 경우까지 보호받지는 못하며, 다만 이런 경우 취재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취재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을 때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보 당시 자신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으므로 설령 피고가 사전 승낙을 받아 취재 및 방송을 했더라도, 인터뷰 장면을 방송하는 경우 원고 주위의 사람들이나 브로커 일당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당시 원고의 음성이 변조되지 않았으며 원고의 뒷모습이 완전하게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는 등 방송을 본 원고의 주위사람들이나 브로커 일당이 원고임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해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취재 및 방송으로 인해 달성할 공익상 이익이 중대하다고 하더라도, 굳이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고 하여 취재 및 방송으로 달성할 공익상 이익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은 피해가 가볍지 않은 점, 원고 스스로 공익을 위해 제보 및 취재, 방송에 응했으므로 일반적인 취재 및 방송의 경우와 달리 원고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피고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과 관련, 재판부는 “브로커 일당이 방송을 통해 실제로 원고의 제보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원고에게 협박을 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나, 원고로서는 브로커 일당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먼저 방송국에 제보하는 바람에 다른 기관으로부터 포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초상권 침해로 인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7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고의 제보로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브로커 일당이 일망타진 됐고, 그로 인해 실업급여의 부정수급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됐으며, 위 제보가 차후 또 다른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방지하는데 기여한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방송국, 제보자 신분 노출…초상권 침해 손해배상
의정부지법 “언론이 실정법 위반한 취재 보호받지 못해” 기사입력:2011-10-22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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