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폭행이나 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한 뒤 이뤄진 부부(夫婦)간 강제적 성관계에 대해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앞서 2009년 1월 부산지법이 부부간 강간죄 성립을 인정한 첫 판결을 내렸지만, 아내를 강간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이 언론의 집중 보도로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껴 자살하면서 공소기각 돼 항소심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 갈 것으로 예상돼, 대법원이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어떻게 최종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40)씨는 지난 4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아내와 다투다, 주방에 있던 흉기로 찔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뒤, 더 때릴 듯이 위협해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 인천지법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러자 A씨는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피해자는 법률상 처이므로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흉기로 아내를 찌르고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40)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혼인관계는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법률상 부부 사이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 및 그 침해 여부는 제3자에 대한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없고, 배우자의 명시적ㆍ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간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는 혼인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형법 제297조에서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는 않는 이상 법률상 처가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부부사이에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ㆍ협박 등으로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와 같은 경우 처의 승낙이 추인된다고 할 수 없고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법률상의 처는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처인 피해자에게 흉기로 상해를 가하고 강간한 것으로 죄질이 무거운 점,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술ㄹ에 취한 상태에서 부부싸움 중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상해의 정도가 무겁지 않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내 협박해 강제 성관계…항소심 첫 ‘부부강간죄’
서울고법 “반항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 없어” 기사입력:2011-09-26 15: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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