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진통의 6년…사법신뢰 만족할 수준 아냐”

퇴임사 “재임기간 내내 국민이 진정 신뢰하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 기사입력:2011-09-23 16:48:18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이용훈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6년은 국민이 진정 신뢰하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진통의 시간이었으나,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자평했다.

23일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정든 법원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2005년 9월26일 제14대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 대법원장의 임기는 24일 자정에 끝난다.

2005년 9월 26일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를 갖던 이용훈 대법원장 모습

이 대법원장의 퇴임사 첫마디도 “저는 제14대 대법원장의 임기를 마치고 지금까지 몸담아 왔던 정든 사법부를 떠납니다. 내 인생의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하는 법원을 떠나면서 내 마음 속에 그리던 사법부의 모습을 제대로 이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라고 자신이 구상한 만큼 사법개혁을 이루지 못했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래도 그는 “그러나 사법부는 어느 한 사람의 사법부가 아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러분 곁을 떠나려고 한다”며 법원에 남은 동료 선후배 법관과 법원가족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6년간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한 진통의 시간이었다. 재임기간 내내 국민이 진정 신뢰하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또 “사법부가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 아래, 사법부의 주인인 국민의 시각과 입장에서 사법부의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그러나 국민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거듭 아쉬움을 표시했다.

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 이 대법원장은 “오늘의 사법부 현실과 국민이 여망하는 사법부 사이에는 커다란 틈새가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틈새를 메워 국민의 신뢰를 반드시 얻어 내야 한다. 국민의 신뢰라는 바탕 없이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이라는 사법의 목표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세우는 제 역할을 감당하기는커녕, 자칫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조직이 될 수도 있다”며 “여러분은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사법부의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렇게 자신의 구상한 사법부를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특히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에게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신신당부했다.

그는 먼저 “법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법부의 독립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지난 사법의 역사는 사법부 독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만큼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제대로 이룩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는 요소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 내는 것은 법관 여러분 개개인의 불굴의 용기와 직업적 양심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여러분이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 내지 못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우리 사법부에 맡긴 사법 본연의 임무를 결코 완수할 수 없고, 우리가 그토록 꿈꾸는 사법의 목표를 이룰 수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실질적이고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명실상부한 최종 분쟁해결기관으로 거듭나, 사법부의 판단이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정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판이 분쟁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된다면, 그것은 국민과 국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한 재판은 국민의 신뢰와 승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 정의의 최종 선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재판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사실을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만, 그 판단은 재판당사자의 장래뿐만 아니라 주변, 나아가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이제 법관은 단순히 과거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법에 따른 결론을 내리는 것을 넘어서서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창조하는 새로운 역할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법을 다스림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수단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여기에다 “법관 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칫 소외되거나 외면당할 수 있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부과된 기본 책무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는 자신의 억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언덕이 돼야 한다”고 평소 소신을 밝히며 “여러분이 열린 마음으로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그 눈물을 닦아 줄 때, 국민들도 우리 사법부를 서서히 신뢰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와 함께 법원가족들의 화합과 단결도 주문했다.

그는 “여러분은 모두 사법부라는 하나의 배에 올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항해하는 동반자”라며 “사법부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는 많은 난관과 갈등이 놓여 있을 수 있는데, 여러분이 그 난관과 갈등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진심어린 소통과 교류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의 진정한 화합과 단결 없이는 사법부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다”며 “특히 법관과 일반직원은 모두 재판작용을 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유기체란 사실을 잘 알아야 하며,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협력해 나갈 때,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저는 6년 전 대법원장에 취임하면서 가슴 속에 품었던 꿈과 소망을 여러분에게 남겨두고 떠난다”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 더 나아가 존경받는 사법부를 이룩하고 싶은 저의 꿈과 소망을 여러분이 이루어 줄 것이고,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법원가족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끝으로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께서는 높은 인품과 덕망으로 국민의 신망을 받고 계실 뿐만 아니라 재판실무와 사법행정에도 풍부한 경륜을 가가진 분”이라며 “훌륭하신 신임 대법원장과 함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사법부의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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