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 핵심 쟁점이었던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경준 씨로부터 ‘검찰이 회유ㆍ협박을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연루 의혹을 받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정술 변호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김정술(64) 변호사는 BBK사건 김경준 씨의 변호를 맡은 지난 2007년 12월 5일 김씨를 접견하면서 받아낸 김씨의 주장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김 변호사는 “김경준은 ‘검사가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데 검찰 내부에서도 어떻게 하든지 검찰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지금 MB를 치기가 굉장히 어렵다’라고 말했고,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서 잔인하게 김경준을 12년 내지 16년 형을 살릴 수가 있다. 그 대신 협조를 하면 검찰에서 형을 최소한 3년으로 구형해 가지고 집행유예를 받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또 나흘 뒤인 12월 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김경준은 검사가 상부에 보고를 갔다 오더니 ‘상부에서 김경준이 혼자서 다 저지른 일로 진술서를 바꾸라고 지시를 했다’면서 ‘이명박 후보는 BBK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진술을 바꿔 달라’ 이렇게 요구를 받았답니다”라고 김씨의 말을 공개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자 검찰은 “김정술 변호사가 마치 검찰이 김경준에게 (BBK) 한글이면계약서 원본을 폐기하자는 제의를 하거나, 이명박 후보자는 BBK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진술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처럼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간접적 우회적 방법으로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의 주가조작 등의 범행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등 이명박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1심 “이명박 후보자 의혹 확대ㆍ재생산…유죄 인정 벌금 2000만원”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2008년 12월 김정술 변호사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공직담당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그 적격검증을 위해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나중에 그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의혹이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김경준이 작성한 메모가 언론에 보도돼 검사의 회유ㆍ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김경준의 주장이 공개된 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경준의 발언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함으로써 이명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확대ㆍ재생산하려고 했다”며 “이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후보자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과 중상모략을 방지해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려는 공직선거법의 입법취지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유죄를 인정했다.
◈ 항소심 무죄 “언론에 제기된 의혹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에 불과”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2009년 2월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김정술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설립ㆍ운영하거나 이를 소유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공방이 계속됐고, 이런 의혹은 이 후보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작성된 신문ㆍ잡지 기사를 비롯해 여러 정황들에 의해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었던 점, 그리하여 국민의 상당수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했고, 이런 불신은 김경준의 자필 메모,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광운대 동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더욱 증폭돼 결국 특별검사에 의한 전면 재수사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써 김경준이 ‘사기꾼’ 등으로 매도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은 변호인으로서 수사결과를 공개적으로 반박할 필요성도 있었던 점, 피고인이 공표한 내용은 주로 김경준이 검사로부터 회유ㆍ협박을 당했다는 등의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이고, 이명박 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이명박 후보자가 BBK에 관여했고 한글이면계약서도 작성했다’는 것으로서 그동안 제기돼 온 의혹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검사로부터 회유ㆍ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의 작성 경위에 관한 김경준의 설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는 점, 김경준의 누나가 작성한 김경준과의 통화내역도 김경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던 점, 김경준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변호인들에게도 검사가 이명박 후보자 부분을 진술하지 말아달라는 등의 회유를 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한 점, 검사가 피의자인 김경준에게 국제전화를 67회에 걸쳐 사용하도록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에서 피고인은 김경준의 말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경준에 대한 재판에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는 어느 것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점, 피고인 측에서 영상녹화나 녹음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검찰은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점, 피의자신문조서도 주로 검사가 검찰수사관 등의 참여 없이 김경준과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서 김경준에 대한 신문과정 전체를 영상녹화 또는 녹음했다거나 변호인이 신문과정에 줄곧 참여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이명박 후보자가 BBK의 설립 또는 운영에 관여하거나 이를 실질적으로 소유했고, 한글이면계약서도 작성한 것으로 믿었다는 것은 물론 김경준이 검사로부터 회유ㆍ협박을 당했다고 믿었다는 것은 수긍이 되므로, 피고인은 허위사실공표의 범의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7대 대선 당시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정술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8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법리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피고인이 기자회견에서 공표한 김경준의 말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BBK 김경준’ 변호한 김정술 변호사 무죄 확정
1심, 유죄 벌금 2000만원→항소심, 무죄→대법 “허위사실 공표 아냐” 기사입력:2011-08-18 13: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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