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라고 함부로 말했다간 ‘명예훼손’ 처벌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30대, 1심은 무죄→항소심은 벌금 30만원 기사입력:2011-07-13 11:42:0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인터넷상에서 상대방에게 ‘대머리’라고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30대 회사원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K(30)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 게임 사이트 ‘리니지’에 접속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팅창에서 P씨와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P씨에게 ‘뻐꺼(머리가 벗겨졌다는 속어), 대머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형사13단독 이수민 판사는 지난 1월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를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이는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실제로 대머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말도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지만,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고, 그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신체적 특징이나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특히 이 건의 경우 유죄로 인정한다면 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인터넷 게임상에서 상대방에게 ‘대머리’라고 표현해 비하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K씨에 대한 항소심(2011노396)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머리’는 사람의 외모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모에 대한 가치 평가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이나 문화작품 등에서 대머리를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낸 사례도 없지 않고, 특히 (대머리) 당사자의 경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점, 현대의학에서 대머리를 일종의 질병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일반인이 ‘대머리’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없지 않다”며 “따라서 대머리를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라고 지칭할 경우 당사자가 실제로는 대머리가 아님에도 대머리인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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