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며 노년을 시골 농장에서 보내기 위해 남편이 아내에게 귀향을 약속받았지만, 이후 아내가 이를 거부했더라도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부의 동거 장소에 관한 약속은 혼인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약속이지만,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의 일방이 이를 취소할 수 있고, 이는 부부사이에서는 약속의 굴레로 상대방을 옥죄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1985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로 슬하에 성년이 된 아들과 딸이 있으며, 혼인 후 줄곧 울산에서 생활해 왔다. 남편 A씨는 혼인 전부터 부모가 시골 고향에서 운영하는 농장을 이어받아 운영하면서 노년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아내도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의 아버지가 암에 걸리고 어머니가 쇄골이 골절되도록 다쳐 농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자, A씨는 2006년 7월 홀로 귀향했고, 그해 11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농장을 운영했다.
그 즈음 A씨는 아내 B씨에게 시골로 옮겨오기를 요구했으나 아내가 계속 거부했다. 이후 A씨는 아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집마저 처분했지만, B씨는 직장을 구해 원룸에서 생활했다.
이에 A씨가 2008년 7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2009년 3월 B씨와 “월 1회 시골집을 방문하고, 딸이 취업하면 시골집으로 합치며, 이런 사항을 어길 시 이혼요구에 응한다”는 내용의 인증서를 받고 이혼소송을 취하했다.
그런데 B씨는 합의에 따라 시골집을 방문해 오다가 비용 및 남편의 냉대 등을 이유로 중단해 명절에도 방문하지 않고, 딸이 취직했음에도 시골집에 와서 사는 것을 거부하며 ‘언젠가 들어가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A씨는 “아내는 혼인 당시부터 언젠가는 귀향해 시부모를 봉양하기로 약속하고도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을 거부하고, 또한 아내가 합의에도 불구하고 부부로서의 동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부사이의 신뢰가 상실돼 혼인은 파탄에 이르렀다”며 이혼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 가사2단독 류승우 판사는 최근 A(51)씨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귀향을 거부하는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패소 판결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류 판사는 먼저 “피고도 암으로 치료 중이던 시아버지에게 ‘이혼하는 한이 있어도 시골에 들어가 살 수 없다’는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또 남편과 시어머니가 거주하는 시골집에 방문하거나 그곳으로 거주를 옮기지 않아 시어머니를 방문하거나 봉양하지 않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사정과 함께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친척들에게 시아버지에 대한 험담을 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민법상 재판상 이혼원인에 해당하는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원고가 실행하는 효의 수준은 요즘 세태에 비해 매우 놓고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피고의 효행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하여 원고의 부모가 피고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거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고, 동거 장소에 관한 약속은 혼인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약속이지만,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의 일방이 이를 취소할 수 있고 이는 부부사이에서는 약속의 굴레로 상대방을 옥죄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부부의 일방이 다소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해도 그것만으로 신뢰를 전적으로 버리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부부사이에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가 있었더라도, 일방은 그 협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시골에서 살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원고는 이혼소를 취하했음에도 피고가 합의를 취소하는 것은 원고의 입장에서 볼 때 부부사이의 중대한 신뢰의 배반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원고는 의지할 사람은 원고밖에 없는 완전히 낮선 곳으로 주거를 이전해야 할 형편에 처한 피고에게 합의이행만을 요구했을 뿐, 피고를 이성적 감성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원고의 태도는 함께하는 삶에 있어서 대등한 결정권을 가지고 서로 정신적, 감정적 교감을 주고받는 인생의 동반자, 혹은 협의의 상대방으로서 설득하고 따뜻하고 부단한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대등한 인격체로 피고는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결정을 따르면 가족으로서 보살펴 주겠다’는 식으로 복종과 인고를 피고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판사는 “그러므로 피고가 부부사이의 신뢰를 도저히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훼손시키는 배반행위를 했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로 인해 부부사이의 신뢰가 상실됨으로써 원고와 피고의 혼인이 파탄에 이르러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류 판사는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와의 혼인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은 있을지언정, 그것이 민법이 정한 재판상 이혼원인에 이른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부부약속은 언제든 취소…“귀향 거부, 이혼사유 안 돼”
울산지법 “부부사이 약속의 굴레로 상대방을 옥죄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기사입력:2011-07-06 15: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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