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결혼하지 2년 만에 딸과 아내를 두고 집을 나간 남편이 무려 26년 동안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등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난 상태라면, 배우자(부인)는 임대주택 세대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런 남편은 사실상 세대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임대주택법은 가족 구성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만 무주택세대로 인정, 영구임대주택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74,여)씨는 1981년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딸을 낳고 살았다. 그런데 남편 B씨는 갑자기 1983년 8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 이후 연락을 끊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B씨는 오히려 1984년 아내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이 청구기각 판결을 내리자 B씨는 다시 잠적하며 아내를 피해 다녔다.
그런데 B씨는 가출한 직후부터 K(여)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줄곧 부부처럼 지내며 1985년에는 아들까지 낳았다. 이후 줄곧 A씨와 B씨 부부는 만나보지 못한 채 남남처럼 살았다.
그런데 서울 등 K씨 명의의 집에 살던 A씨가 아들이 대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2008년 5월 자신의 명의로 다세대주택을 사면서 사건이 터졌다.
A씨는 2008년 3월부터 무주택세대주 자격으로 서울 강북구 소재 영구임대주택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거주해 왔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임대차계약해지 통보를 받게 된 것.
그 이유는 A씨의 법률상 남편인 B씨가 대전에서 다세대주택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A씨는 더 이상 무주택세대주에 해당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자동 해지됐다는 것이었다.
이에 A씨는 26년 동안 집을 나가 딴 사림을 차린 남편 B씨 및 그와 사실혼관계를 맺고 있는 K씨를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1월 “A씨와 B씨는 이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A씨가 집을 비워 달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요구를 거부하자 공사가 건물명도 소송을 냈고, 1심은 서울북부지법 민사8단독 염호준 판사는 2010년 7월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염 판사는 “피고는 법률상 배우자(B)가 있기는 하나, 1983년 가출해 별거상태에 있고 K씨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B가 주택을 취득한 것은 계약일반조건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된’ 경우라며 원고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서울북부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응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임대주택법의 입법취지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입법목적 등에 비춰 볼 때, 법률상 배우자가 세대주와 별거 상태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 배우자를 세대원에서 제외할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 1심과 항소심 “임대주택 인도하라”→ 대법원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남편이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무주택세대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부인 A(74)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10013)에서 공사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임대차기간 중에 피고(A)의 법률상 배우자인 B가 다세대주택을 소유했다고 하더라도, B는 1983년 가출한 이후 26년 동안 제3자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고 피고와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등으로 피고와 동일한 세대를 이룬 바 없고 또 이룰 가능성도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이런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해지조항을 적용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의 배우자인 B가 이 사건 임대차기간 중에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됐다는 이유로 원고의 임대차계약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런 원심 판결에는 영구임대주택의 임대차계약 해지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집 나가 딴 살림…아내 임대주택 세대주 유지
대법원 “26년간 딴 살림 차린 경우 같이 특별한 사정 있으면 계약해지 안 돼” 기사입력:2011-07-04 22: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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