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장애 가능성 있는데 정신감정 없이 재판…위법”

대법원, 여교사 성추행 지적장애 고교생에 유죄 판결 파기환송 기사입력:2011-07-01 15:19:4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소년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부가 범행 당시 심신장애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별도의 정신감정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적장애 3급인 고등학생 A(18)군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의 한 중학교 내 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교사인 B(32.여)씨가 옆 칸 화장실에 들어가자 흉기로 위협해 강제추행하고 얼굴을 주먹으로 수회 때려 전치 3주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좌상 등을 입혔다.

이때 B씨의 구호요청 소리를 들은 학교 경비원이 화장실로 오자 A군은 도주하면서 학교정문 앞 고물상 근처에 흉기를 버리고, 주택가에 마스크를 버렸다. A군은 학교 CCTV에 찍혀 붙잡혔다.

◈ 1심과 항소심, “심신미약 상태 아니었다…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

이로 인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최종두 부장판사)는 지난 2월 A군에게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지적장애 3급으로 일반인에 비해 학습능력, 자제력 및 판단력 등이 다소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목적으로 마스크와 흉기를 구입한 다음, 중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숨어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의 구호요청 소리를 들은 경비원이 오자 범행도구를 버리고 도주한 점 등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및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춰 보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등학생인 피고인이 중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사전에 준비한 흉기를 이용해 교사인 피해자를 협박한 다음 강제로 추행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수회 때려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좌상 등을 입게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아직까지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실형선고를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A군 측은 “범행 당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라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형량도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성격적 결함이 매우 심각해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든지, 또는 다른 심신장애사유와 경합된 경우에는 심신장애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며 “그런데 범행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춰 보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성격적 결함이 매우 심각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 대법원 “정신감정 실시해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였는지 판단했어야”

사건은 A군 측의 상고(2011도4398)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일 “정신지체가 있는 A군에게 별도의 정신감정을 실시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한 것은 잘못이 있으니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충동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 2008년 4월부터 9월까지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당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만 14세였음에도 가게에서 물건 값을 계산하지 못하고, 하루가 몇 시간인지 등 일상생활의 기초적 상식조차 몰랐으며, 언어적 이해력과 표현력 등이 상당히 빈약한 상태로서 전체지능은 45의 정신지체 수준으로 평가된 사실, 그 후 정신박약을 비롯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아 정신지체 3급 장애인으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지능수준에 비춰볼 때 범행을 위해 미리 흉기를 준비하는 등 치밀한 계획 아래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고, 중학교 재학시절 선생님인 피해자를 폭행한 동기가 강제추행 범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 피해자로부터 심하게 맞은 기억 때문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정상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이 정신박약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원심은 별도의 정신감정을 실시해 소년인 피고인이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피해자의 구호요청 소리를 들은 경비원이 다가오자 피고인이 흉기를 버리고 도망간 점 등을 이유로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은 소년형사범의 심리 및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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