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 야간 옥외집회 유죄 시위자, 모두 무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결정도 위헌결정과 동일한 효력 가져 소급 적용” 기사입력:2011-06-23 21:05:0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과거 ‘야간 옥외집회’ 금지 집시법 조항을 적용받아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언하며 개선입법 시한을 정했는데 국회가 시한까지 법률개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던 시위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하므로, 해당 법률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간부인 김OO씨 등은 2007년 7월 부산의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홈에버 앞에서 확성기를 틀며 ‘야간 옥외집회’를 주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1심(2008년 5월)과 2심(2008년 8월)에서는 유죄를 인정해 김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2008년 5월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야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최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2008년 10월 촛불집회 재판 중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1년 동안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24일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5(위헌) 대 2(헌법불합치) 대 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결정이 내려질 재판관 정족수 6명에 1명이 모자랐던 것.

당시 헌재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중 어떠한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집회의 자유를 필요최소한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따라서 헌법불합치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2010년 6월 30일 이전에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계속 적용돼 그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만일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 법률조항들은 2010년 7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국회는 2010년 6월 30일까지 집시법 위 조항들을 개정하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23일 미신고 야간 옥외집회를 주최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된 김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7562)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형벌조항인 집시법 조항에 대해 선고된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는 형벌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헌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이 상실된 형벌조항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고, 법원은 그 사건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재판부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심판 ․ 결정할 수 있으므로, 형벌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그 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에 정해진 대로 효력이 상실된다”며 “그러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에서 개정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다음날부터 그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더라도,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위헌결정으로 보는 이상 이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은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관해 특별한 효력을 부여하지 않고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위헌결정’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정한 계속 적용 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집시법 ‘옥외집회’ 부분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과거 야간 옥외집회 금지규정에 따라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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