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제대상자 입대 이틀 만에 사망 국가유공자

대전고법 “비대성 심장근육병증 사병은 훈련 중 사망할 개연성도 높아” 기사입력:2011-06-22 14:03:4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과도한 운동을 할 경우 사망할 수 있어 병역면제사유인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을 앓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해 군에 입대했다가 이틀 만에 갑자기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2009년 4월 육군 훈련소에 입대한 둘째 날 식당에서 동료들과 저녁 배식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숨졌다.

신장 187㎝에 체중 121㎏의 건장한 A씨는 사망 전날 외형상 과체중자들로 구성된 생활관에 배치돼 별도로 관리됐으며, 입소 첫날은 대대장 정신교육, 사단 의무대 정밀신체검사, 군대예절 및 생활요령 교육, 관심환자 면담 등의 일정을 거쳐 오후 10시에 취침을 했다. 둘째 날은 오전 6시에 기상해 점호부터 군인복무규율 교육, 군대예절, 총기수여식 등의 하루 일정을 거쳤다.

A씨의 사망 원인을 감정한 충남대학병원 의사는 A씨가 기존 질환인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에 의한 심장마비라는 의학적 견해를 제시했다.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은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으로서, 심장근육의 불규칙한 주행 및 비대로 인해 그 자체로 급사에 이를 수 있고, 과도한 운동으로 사망할 수도 있으며, 이 병은 갑자기 나타나므로 이 병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한 경우 돌연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의학적 견해다. 때문에 이 병은 병역면제사유였다.

그런데 A씨는 입대 전부터 자신이 이런 질환을 갖고 있음을 알지 못해 특별히 치료를 받은 적이 없어 징병신체검사에서 위 질환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징병신체검사 절차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A씨가 비대성 심장근육병증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바람에 A씨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할 예정으로 입대하게 된 것이었다.

A씨의 부모는 “아들에게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이라는 기존 질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군에 입대해 통제된 상황에서 입소환영 행사, 총기수여식, 배식을 위한 빠른 이동, 경사가 급한 계단으로의 등정 등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과로 상태에 놓이게 됨에 따라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므로, 이는 공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대전지법은 지난해 12월 A씨의 부모가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며 홍성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요건비해당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항소심(2011누103)인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신귀섭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깨고, “망인은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며 A씨 부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망인의 기존 질환인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은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으로서 과도한 운동을 할 경우 심박수의 증가 및 심장으로의 혈액공급 감소로 심장의 허혈성 변화를 발생시키면서 부정맥의 발생이 증가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군에 입대한 이후 이틀 동안 받은 신체검사, 정신교육, 군대예절, 생활요령 및 복무규율 교육, 총기 및 피복 수령과 석식 배식을 위한 이동 등의 일정은 정상인에게는 그다지 많은 운동량을 요하지 않는 활동으로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이러한 평가는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이라는 기존 질환을 갖고 있던 망인에게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은 입대 전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의 질환을 갖고 있음을 알지 못했고 이를 이유로 특별히 치료받은 적이 없었으므로, 입대 전 일상생활에서는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킬 요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행해지는 폐쇄적인 병영생활, 특히 자유로운 생활에서 갑자기 통제된 생활로의 전환을 맞게 되는 입대 첫날의 일정은 비록 특별히 고된 훈련이 없더라도 망인에게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또 “망인이 입대 후 이틀 만에 석식 배식을 위한 이동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춰 볼 때, 비록 정상인에게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입대 후의 일정이 망인에게는 과도한 운동을 한 경우와 같이 육체적으로 커다란 부담을 줘 기존 질환인 비대성 심장근육병증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킨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편 이 사건 질환의 특성과 진행 경과, 향후 예정돼 있던 훈련 과정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은 사건 당일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훈련 중 사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된다”며 “망인이 언제 사망하느냐에 따라 망인의 사망과 군 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달리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입영대상자 아닌 망인이 이유야 어찌됐든 입대했다가 훈련 과정에서의 스트레스와 보통 사람들하고 달리 망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육체적 부담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한다면, 망인의 사망과 군 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와 결론을 달리한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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