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불심검문을 받던 도중 경찰관에게 욕설을 했다고 해서,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현행범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처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 상해와 공무집행방해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29)씨는 2009년 9월 6일 새벽 1시 45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 순찰하던 경찰관 Y씨는 “이 시간에 남의 주차장에 통화하러 들어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불심검문하겠다”고 고지한 뒤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운전면허증을 건네던 A씨는 경찰관 Y씨에게 “XX놈아 도둑질도 안 했는데 왜 검문을 하냐. 검문 똑바로 해 XXX야”라며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A씨를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했고, K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양손으로 Y씨의 가슴을 밀치고 옆에서 이를 말리던 경찰관 G씨를 밀어버린 후 Y씨의 멱살을 잡고 팔을 물으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A씨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당해 순찰차 뒷좌석에 태워진 후 발로 G씨가 앉아 있는 운전석을 2~3회 찼다. 이에 검찰은 A씨가 폭력으로 경찰관들의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Y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 등을 가했다며 상해, 공무집행방해,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이우철 판사는 지난해 6월 K씨의 혐의 중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모욕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A씨의 태도에 비춰 수사기관의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항소했으나,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도 지난 2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2011도3682)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되던 중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상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현행범인 체포 요건으로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 범인ㆍ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것을 요하고, 또한 경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연행하려고 했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며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의 법정진술 등에 나타난 체포경위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이후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염려할 만한 태도를 취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시 피고인은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응해 운전면허증을 교부해 둔 상태였으므로, 경찰관이 피고인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할 당시 피고인에게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염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더욱이 모욕죄는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한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섣불리 인신구속의 일종인 현행범인 체포를 행하는 것은 수사절차를 지배하는 비례성의 원칙에 비춰 과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경찰관이 피고인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피고인이 경찰관의 위와 같은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무죄”라고 판시했다.
◈ 경찰관에게 큰 소리로 욕설한 모욕 혐의는 유죄…벌금 50만원
한편, 1ㆍ2심 재판부는 A씨가 경찰관에게 욕설한 것에 대한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항의의 표시에 불과해 모욕의 고의가 없었다’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112신고사건 처리내역 등에 의하면 위 빌라 일대에서는 그 무렵 수십 건의 절도와 강제추행 등의 사건이 발생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경찰관이 피고인을 불심검문의 대상으로 삼은 데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들이 자신의 신분과 불심검문의 목적 등을 밝힐 당시까지는 피고인에게 신분증 제시를 강요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경찰관들에게 그 의사에 반하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면 충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머물지 않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이상, 이를 들어 부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모욕죄에 있어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불특정 다중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면 설령 당시 이를 보고 들은 자가 없더라도 모욕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증인으로 나선 인근주민의 주거는 피고인이 욕설을 한 빌라 주차장에서 30~40m 거리에 있었음에도 피고인의 욕설이 너무 고성이어서 자신은 무서움을 느낄 정도였고, 남편의 수면까지 방해됐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모욕적인 언사가 ‘공연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 “경찰에 욕설한 시민, 모욕죄 현행범 체포 위법”
“체포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처 입혔어도 정당방위로 무죄” 기사입력:2011-06-20 15: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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