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뇌물 수뢰액 특정하지 못하면 추징 못해”

“아예 추징하지 않거나, 직무관련성 있는 수뢰액 특정해야” 기사입력:2011-06-08 17:01:0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뇌물죄가 인정되더라도 뇌물로 받은 금액(수뢰액)을 특정하지 못하면 추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J(53)씨는 해양수산부 간부로 재직하던 지난 2005~2006년 K해운사 대표로부터 새로 구입한 선박의 운항 허가를 중국 교통부로부터 받아주고, 해운업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8차례에 걸려 1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2008년 7월 J씨에게 “피고인이 공무원으로서 국민의 공무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에 심대한 훼손을 가져온 측면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3년6월과 추징금 8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2009년 3월 “선박 운항 허가는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직무가 아니라 중국 교통부가 관할하는 업무여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어도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J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도 K해운 업무와 관련된 금품수수만 유죄로 판단, J씨가 받았다는 8000만 중 25%만 인정해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뇌물로 수수한 이익 중 직무 외의 행위에 대한 사례에 해당하는 부분의 크기와 직무행위에 대한 사례에 해당하는 부분의 크기가 자유로운 증명에 의해 구분되거나 그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제반 사정을 고려한 추정에 따라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선박 운항 허가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공무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비용이 지출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운항 허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K해운사가 입고 있던 경제적 손실의 크기에 비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가로서의 사례가 적지 않은 금액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평가한다면, 피고인이 받은 8000만 원 중 선박 운항 허가와 관련된 피고인의 활동에 대한 교제비용을 포함한 사례의 크기는 75%인 6000만 원, K해운의 운영과 관련된 일반적인 업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서의 뇌물의 크기는 25%인 2000만 원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K해운사로부터 청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전 해양수산부 간부공무원 J(5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2009도2453)

재판부는 “피고인이 받은 8000만 원 가운데 직무관련성이 있는 업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직무관련성이 없는 업무에 대한 사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추징을 아예 하지 않거나, 그렇지 않고 추징을 할 것이라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수뢰액을 특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단지 양자의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명확한 근거도 없이 비율적 방법으로 직무관련성이 있는 업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수뢰액을 추산해 추징한 것은 수뢰액의 산정 및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고, 이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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