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증거 부족다면 음주측정거부로 처벌 못해

서울동부지법,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 무죄 기사입력:2011-06-08 14:30:3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음주측정을 요구받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 음주측정을 거부했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자영업자 A씨는 지난해 1월18일 새벽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로 약 10m 가량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음에도 경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요구에 3회에 걸쳐 30분간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처와 타고 정차해 있던 A씨는 뒷 차량 운전자 K씨와 시비가 붙어 승용차를 주차장에 주차한 후 K씨와 다투던 중, A씨에게 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K씨가 경찰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가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음주측정거부)로 기소됐고, 1심은 경찰에 신고했던 증인 K씨가 ‘A씨가 운전했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수사기관에서의 K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A씨가 음주운전을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잘못이고, 또 A씨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신고가 들어온 상황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행위는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한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재호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검찰이 항소(2010노1876)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증인 K씨는 법정에서 ‘당시 A씨의 차량에는 남자와 여자가 타고 있었는데, 당연히 남자인 A씨가 운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A씨가 운전했는지는 정확히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은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신고한 증인 K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K씨의 법정 증언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운전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음주측정을 요구받은 자가 운전했는지의 여부는 음주측정에 의하지 않더라도 다른 증거방법에 의해 얼마든지 이를 밝힐 수 있는 반면, 오히려 음주측정에 의해서는 이를 밝힐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자동차 등을 운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비춰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또 “음주측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해 교통의 안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음주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는 음주측정불응죄를 둔 입법목적에 비춰 그 대상은 실제 운전자에 한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의 주체로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에 응해야 할 사람은 당해 자동차의 운전자”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음주측정을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음주측정거부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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