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 법관으로서 다른 이들의 절박한 인생과 마주하고, 사회의 큰 변화의 정점에 서게 되는 것은 법관이라면 어쩌면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일입니다”
1일 정년퇴임하는 이홍훈(65) 대법관이 전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가진 퇴임식에서 법관으로서 35년간 몸담았던 정든 법원을 떠나며 남긴 일성이다.
이홍훈 대법관 이 대법관은 먼저 “하늘이 푸르고 녹음이 짙어만 가는 오월입니다. 1년 중 가장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때에 제가 지금껏 지내온 길에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저에게는 좀처럼 다가오기 힘든 현실”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저에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불러일으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계사의 장구한 흐름 속에서 소용돌이쳤던 입헌주의와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역사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반세기 동안 발전돼 왔고, 우연찮게도 이는 제가 살아온 시간들, 인생의 길이와 거의 같다”며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법관으로서, 제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들 속에서 그 역사가 진행돼 왔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한다”고 덧붙였다.
또 “젊은 날에 가졌던 패기와 아련한 아쉬움들, 쌓아진 시간의 높이만큼의 자긍심과 통찰력, 그러나 생생한 현실적 촉각과의 어쩔 수 없는 거리감, 그리고 현실에 대한 포용 그러나 나이만큼 늘어가는 세상에 대한 우려와 연민, 이러한 복잡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새벽안개처럼 눈앞을 가린다”며 법관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 대법관은 그러면서 “그 수많은 기억의 순간들 중에서 지금도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비록 부족했다 할지라도, 그 어떤 한 인생이 던지는 절박한 호소 앞에서 법이 진정 추구하는 바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것이며, 또한 우리 사회의 굴곡진 역사과정의 한 가운데서 의미 있는 변화와 함께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그리고 아쉬움이 남아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두지 못했었고, 사회의 흐름을 큰 눈으로 굽어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법관은 “매 사건 법정에서 법관들은 사회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서 사물이 있어야 할 이상적 상태로 환원해 줄 수 있는 정의를 선언하기를 요구받는다”며 “그것은 솔직히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벅차고도 벅찬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법관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제가 찾은 방법은 나를 비움으로써, 나 자신을 가볍게 함으로써, 사물과 우리 인생의 근본에 다가가는 것이었다”며 “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사회가 저 자신에 요구하는 것은 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고, 제가 그 사실을 잊게 될 때 그것은 멀어져갔다”고 말했다. 후배 법관들에게 겸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법관은 “그리고 그 사실을 마음속에서 잊지 않기 위해 수십 년을 노력해 오다 보니, 여기까지, 이 오월에까지 오고야 말았고, 그리고 이제 법원을 떠나게 되면서도 사회가 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았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변호사법 시행 후 처음 물러난 대법관인 그는 “1년 동안 쉬게 되더라도 ‘전관 특혜’에 대한 국민적 염려가 담긴 법인만큼 나부터 감수하겠다”며 1년간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대법관은 전북 고창 고향집에 내려가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 이홍훈 대법관은 누구?
이홍훈 대법관은 1946년 6월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69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잠시 변호사로 활동하다 1977년 11월 법관으로 임용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제주지법원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06년 7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탁월한 법이론과 실무능력, 그리고 인자한 성품으로 후배 법관들과 직원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부드러운 재판진행과 통찰력이 반영된 판결과 조정으로 재야 변호사와 일반 소송당사자들로부터도 높은 신망을 얻고 있으며, 재판 당사자로부터 승복도가 매우 높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기본권보장 및 소수자 보호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보였고, 환경법과 행정법 분야에 관한 권위자로서 한국행정판례연구회와 법원 내부의 환경법 커뮤니티를 이끌어 왔다.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법원행정처에 속해 있던 법원도서관을 독립기관화하는 데 기틀을 마련했다.
정년퇴임 이홍훈 대법관 “나 자신을 비워라”
“법관들은 사회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서 정의를 선언하기를 요구받는데, 벅차다” 기사입력:2011-06-01 15: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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