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이 매매가 높게 불러 차익 챙겨도 사기 아냐

법원 “땅주인이 제시한 매매가보다 중개인이 높게 불러도 기망 아냐” 기사입력:2011-06-01 14:58:21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부동산 매매가를 땅주인이 제시한 금액보다 부풀려 매수인에게 팔은 뒤 그 부풀린 금액을 중개인이 챙겼더라도 ‘사기’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매수인은 주변시가 등을 고려해 중개자가 제시한 금액이 적정한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매매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비록 중개인이 땅주인이 제시한 금액보다 많은 매매가를 제시했다고 해서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획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던 모 교회 부목사 H(41)씨는 2005년 봄 A씨에게 전원주택 부지로 사용할 만한 부동산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평소 알고 있던 K씨 소유의 부동산(원주시 봉산동 소재)을 소개하면서 이 땅을 매도하고 5400만 원을 받아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H씨는 2005년 6월 원주시내 모 법무사 사무실에서 J씨에게 이 땅을 7420만 원이라고 소개해 매매계약을 성사시키고 7420만 원을 받았다. 이후 땅주인 K씨에게 5400만 원, 땅을 소개해 준 A씨에게 소개비조로 3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1720만 원은 자신이 챙겼다.

이로 인해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김순열 판사는 지난해 9월 H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정일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매매대금은 기본적으로 각 당사자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 만큼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H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소유자인 K씨가 A씨에게 기본적인 매도가를 제시했다고 해서 이 부동산의 가치가 그 금액으로 고정되는 것도 아니고,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매수인인 J씨로서는 주변시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중개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제시한 금액이 적정한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매매대금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J씨에게 K씨가 팔아달라는 금액보다 많은 매매대금을 제시했다고 해서 이러한 행위가 J씨에 대한 관계에서 기망행위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2010도16496)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부동산 매매가를 부풀려 받은 뒤 일부를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된 모 교회 부목사 H(4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며, 거기에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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