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주부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선처했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S(39,여)씨는 스물 두 살의 나이에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네 살 차이가 나는 남편과 교제하던 중 임심한 상태에서 결혼했다.
그런데 남편은 결혼 1년 뒤부터 결혼생활 19년 동안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이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대마를 흡입하고, 주벽과 의처증이 심해 술을 마시면 S씨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하며 학대했다. 심지어 임신 중에도 폭행을 가해 입술이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기도 했다.
S씨는 직업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화장품 외판원 등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 자녀들을 부양하는 등 가정을 돌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남편은 자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S씨와 아이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은 S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면서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고, 또한 딸의 과외교사가 집에 와 있는 동안에도 S씨를 폭행하거나 아들에게 ‘공부를 그만두고 유도나 배워서 깡패하라’고 말하는 등 정상적인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S씨는 친정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결혼 후에 폭행을 당한 사실을 전혀 이야기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밝고 활발한 모습만 보이는 등 오랜 기간 혼자서 고통을 참고 살아왔다.
지난 6월에는 부부싸움을 하던 중 부엌에서 위험한 물건을 갖고 와 S씨에게 “내가 다음번에는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고 협박하기도 했고, 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때리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함께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했다.
남편은 3일 뒤인 6월14일 흉기로 S씨를 위협해 20만 원을 빼앗아 밖에 나가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온 뒤 또다시 흉기로 S씨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그 순간 S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을 밀어 넘어뜨린 뒤 떨어뜨린 흉기를 들어 남편을 찔러 숨지게 했다. 남편을 살해한 S씨는 딸에게 신고할 것을 부탁했고, 사건 발생 후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S씨 구명운동을 펼쳤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강경태 부장판사)는 7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S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빈인간적인 가정폭력과 협박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피해자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후 딸을 불러 자신의 범행을 알리고 119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이 사건으로 구금된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녀들은 엄마의 갱생과 조속한 가정 복귀를 소망하고 있고, 이 사건으로 초래된 불행의 결과의 피해자들이기도 한 자녀들의 나이, 양육환경, 건강상태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을 즉시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형벌권의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의 가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이웃주민들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이나 성행, 가족 및 주변인들과의 유대관계 등에 비춰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오랜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집행유예’ 선처
부산지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기사입력:2010-09-08 16: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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