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린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부당해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좌편향 교과서의 교정’이란 명목으로 내려진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 명령의 위법성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는 고등학교 2ㆍ3학년 심화선책 과목의 교과서로서 2002년 7월 교과부로부터 검정 합격을 받고 2003년 3월 초판이 발행된 이래, 매년 수정을 거쳐 2007년 3월 5판이 발행됐다.
그런데 2004년 10월 국회의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이 사건 교과서의 좌파적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이 교과서의 편향성 여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6월 정치학자, 경제학자, 원로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교과서포럼’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통일부, 국방부 등이 교과부에 이 교과서에 관한 수정요구 사항을 제출했다.
이에 교과부는 2008년 7월 6종의 2009학년도 고등학교 2ㆍ3학년용 한국 근ㆍ현대사 역사
교과서의 수정ㆍ보완과 관련해 위 단체 및 정부부처로부터 제출받은 253개 항목의 수정요구안을 취합한 후 국사편찬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소속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국사교과서심의소위원회’를 구성하고, 2008년 8월 학계 중진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심의협의회’를 발족해 교과부가 요청한 검토작업을 수행한 후 2008년 10월 교과부에 검토결과를 보고했다.
다만, 국사편찬위원회는 피고가 검토를 요청한 253개 항목에 대해 개별적으로 그 적부를 판단하지는 않았고,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의 서술 방향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개관 12개항, 단원별 서술방향 37개항)만 제시했다.
이후 교과부는 2008년 10월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위 253개 항목의 수정요구안 검토를 의뢰했다.
협의회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 및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의 ‘서술방향 제언’ 등을 참고해 ▲헌법정신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정통성 저해 여부 ▲학습내용이 고등학교 학생 수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 수정요구안을 검토해 55항목에 대한 수정권고안을 마련했다.
이에 교과부는 2008년 10월 30일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를 통해 금성출판사를 포함한 고등학교 근ㆍ현대사 교과서 발행사들에 대해 협의회가 마련한 55항목에 대한 수정권고안에 따라 각 검정교과서들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라는 내용의 수정권고를 했다.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은 금성출판사를 통해 수정권고 사항 중 수용 가능한 사항과 불가능한 사항을 구분해 상당수 항목에 관해 수정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교과부는 2008년 11월 26일 금성출판사에게 이 교과서 중 일부를 수정할 것을 명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저자들은 금성출판사에 자신들의 동의 없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지 말 것을 통지했으나, 금성출판사는 저자들의 동의 없이 교과부에 교과서 수정 보완 내역을 제출해 승인받고 임의로 수정했다.
그러자 저자들은 “교과서로서의 적합성 여부에 관한 심사절차를 거친 후 적법하게 검정을 받아 이미 사용 중인 교과서라면, 오기ㆍ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을 발견한 경우, 통계ㆍ삽화의 갱신이 필요한 경우, 학계에서의 객관적인 학설 상황이나 교육상황에 비추어 학문적인 정확성이나 교육적인 상당성이 문제가 된 경우, 교육과정의 부분 개편이 있는 등 사정변경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수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교과부는 헌법정신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저해하거나, 학습내용이 고등학교 학생 수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사유가 있어 수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은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정치적 동기에서, 교육의 중립성에 관한 교육기본법 및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목적 및 취지에 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교과용도서의 수정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9조는 교원이나 산업체 연구소 연구원, 교육연구기관 근무자, 학부모, 시민단체 추천인 등 5명 이상이 참여하는 교과용도서심의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교과서를 검정할 때는 이 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승소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3명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교과서 수정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과서에 대한 검정은 교과부에 설치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교과부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수정요구안의 검토결과를 거쳤을 뿐,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 수정명령 처분은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없이 행해진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교과서의 내용을 교과부가 교과용도서심의회의 별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변경하게 되면 교과서 검정에 관해 교과용도서심의회의의 심의라는 절차적 통제를 거쳐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한 교과서 검정 절차에 대한 규정의 취지를 잠탈(탈법적으로 회피)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좌편향 논란 역사교과서 수정 명령은 부당
서울행정법원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없이 행해진 것으로 하자 있다” 기사입력:2010-09-07 18: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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