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공무원이 지소된 업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자살했다면 우울증으로 인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어 ‘공무상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북 안동시청 공무원 A(37)씨는 2007년 5월 지방세 표준전산화 작업과 행정자치부 감사자료 검토업무를 처리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시청 본관 지하실에서 목을 맨 채 자살했다.
A씨는 동료에게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인다. 매우 힘들다”고 말했고, 자살 전날에도 아내 K씨에게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고, 자는 중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자살 당일 아침에도 승용차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아빠가 너무 힘들다”고 말해, K씨가 남편의 직장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계속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A씨는 사망 무렵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10kg나 급격히 줄었고, 안색이 좋지 않고 매우 지친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편, 가정불화나 경제적 어려움 등은 특별히 없었다.
이에 A씨 아내인 K씨는 “남편의 사망은 공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2009년 3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업무상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는 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망 당일에도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등 통상적인 생활을 한 사실에 비춰 망인이 자살할 무렵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인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도 지난 4월 K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공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이 과로 및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상태에 이르렀다거나, 망인의 자실이 사회평균인이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자살한 A씨의 부인 K씨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취소 청구소송 (2010두855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이 정해진 시한 내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급격한 체중감소(90kg→80kg)와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한 여러 신체부위의 통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받았으며, 또한 망인이 사망 직전 우울증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존재하는 이상 망인의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을 유발하고 이런 우울증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자살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망인의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는 자살의 다른 원인(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망인은 우울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하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어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수행한 직무가 사회평균인으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는 점 등에 근거해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경험의 법칙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낸다”고 판시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공무원 자살…“공무상재해”
대법원, 공무상재해 인정하지 않은 1ㆍ2심 판결 뒤집어 기사입력:2010-08-24 17: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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