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굴욕?…경찰 증언으로 시위자들 무죄

이형석 판사, 평화로운 집회ㆍ시위 벌이고도 기소된 4명에 무죄 기사입력:2010-08-23 12:23:35
[로이슈=신종철 기자] 시위자들과 경찰관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을 정도로 평화로운 집회ㆍ시위였는데, 검찰이 시위참가자들이 단지 10분간 2차례에 걸쳐 도로 일부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집회 주최자들을 기소했다가 재판에서 패소했다.

특히 당시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과 시청공무원들마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집회 주최자들이 평화적 시위를 유도하고 경찰의 지시를 따르려 했다’는 증언을 해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고, 결국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원지법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와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남쪽 간척지에 대규모 관광ㆍ레저단지와 주거시설을 조성하는 ‘송산그린시티’ 사업을 추진하면서 화성시 송산면 일대를 토취장으로 지정했다.

이에 ‘송산그린시티 토취장 반대 송산면 주민대책위원회’는 “송산면의 흙을 채취하면 지하수가 고갈돼 연간 10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송산포도 사업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되고, 자연생태적 공간이 파괴된다”며 회원 100여명과 함께 지난 2008년 9월 29일 화성시청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58분부터 11시 8분까지, 또 11시 35분부터 45분까지 10분씩 2차례에 걸쳐 집회 신고를 한 장소를 벗어나 화성시청 정문 앞 도로 일부를 점거한 채 정문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여성 회원 2명은 정문에 설치된 바리게이트를 넘어 정문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집회를 주최한 주민대책위원장 이OO(66)씨 등 4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수원지법 형사15단독 이형석 판사는 지난 10일 주민대책위원장 이씨 등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2009고정3050)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집회 참가 회원들이 집회 중 도로를 점거한 것은 단 2회에 걸쳐 각 10분 정도에 불과한 점, 경찰로서도 시청 정문 앞 도로의 일부 점거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질서유지선을 설치하지 않은 점, 집회ㆍ시위로 인한 부상자가 전혀 없을 정도로 폭력성도 보이지 않은 점, 공무원들과 대치한 것 역시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정도로 보이지 않고 기자들의 취재를 의식해 시위한 것으로 보이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집회ㆍ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문 앞에 모인 참가회원들에게 거듭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과 시청공무원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들이 과격한 시위가 되지 않도록 시위 군중들을 단속하고 제어하려 했고, 경찰관의 지시를 따르려고 노력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게다가 집회ㆍ시위를 하는 도중에 피고인들 및 참가회원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경찰관과 공무원 등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는 등 집회ㆍ시위가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집회로 보인 점, 시위가 자진해산해 예정된 집회 종료시간보다 일찍 종료된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을 비롯한 집회참가자들이 집회 장소를 뚜렷이 벗어났다거나 그로 인해 질서를 문란하게 해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울러 “비록 집회ㆍ시위가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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