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25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고된 노동을 시키면서도 인간적인 대우는커녕 차고에서 ‘노예’처럼 살도록 지적장애 할아버지를 학대했다는 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돼 법정에 선 7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A(70)씨는 25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동네 야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지적장애인 B(60세 추정)씨를 청주시 상당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한옥 행랑채에 거주케 하고 숙식을 제공하면서 논과 밭일을 시켰다.
그러던 중 2008년 8월 오래된 한옥을 2층 양옥으로 개조해 B씨가 거주하던 행랑채를 없애면서 B씨는 200m 떨어진 A씨 딸의 집 1층 자동차 차고 안에서 생활하게 됐다.
B씨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A씨의 1000평정도 되는 논과 밭일을 했으나, 그가 잠을 잔 차고는 시멘트 바닥이고 난방이나 조명도 되지 않았으며, 화장실이나 세면시설도 없었다.
A씨는 게다가 B씨에게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아 곰팡이가 핀 밥과 김치를 먹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모 방송국은 B씨의 생활을 밀착 취재하며 ‘노예처럼 살고 있어 그곳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방송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학대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으나, 청주지법 형사2단독 방선옥 판사는 18일 “학대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방 판사는 판결문에서 “방송국에서 촬영한 동영상에 의하면 촬영기간 동안 B씨가 새벽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8개월 동안 항상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마을주민들이 ‘B씨가 자유롭게 일을 했고, 일을 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이어서, A씨가 B씨를 ‘노예’와 같이 일을 시켜 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방송국에서 촬영할 당시 차고에는 곰팡이가 낀 김치나 상한 음식 등이 있었는데, 차고에 냉장고가 없어 상온에서 보관하다가 곰팡이 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 마을주민은 B씨가 상한 음식을 버릴 줄을 몰라 대신 버리고 상하지 않은 김치를 썰어 주기도 하고 방송국 촬영기간 동안에도 몇 차례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방 판사는 “지난해 2월 방송국 촬영기간에 B씨가 차고 내에 있던 곰팡이가 핀 김치 등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이를 A씨가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나아가 8개월 동안 A씨가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아 B씨가 곰팡이가 핀 밥과 김치를 먹게 했는지 여부는 더욱 알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B씨가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A씨가 B씨를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하는 행위를 해 B씨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를 넘어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 판사는 B씨가 차고 내에 있는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먹었고, 반찬으로는 A씨나 그의 처 등이 수시로 비닐봉지 등을 이용해 김치나 국, 고추장 등(때로는 밥이나 고기)을 가져다 준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노예 할아버지’ 학대로 방송돼 법정 선 70대 무죄
청주지법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를 넘어 유기에 준할 정도 아냐” 기사입력:2010-08-19 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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