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증인 추가 신문 없이 1심 판단 뒤집는 건 잘못”

“1심 판단이 항소심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못 뒤집어” 기사입력:2010-08-16 10:21:5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1심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증인의 증언에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항소심 재판부가 별도의 추가 증인신문을 하지 않은 채 증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1심 판단을 뒤집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P(49)는 L씨로부터 2006년 8월 메스암페타민 5g을, 같은 해 10월 3.3g을 각각 100만원에 구입한 뒤 2007년 2월 0.03g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그런데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된 L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P씨가 자신으로부터 2006년 10월 메스암페타민을 구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하지만 L씨는 P씨와 함께 대질신문을 받게 되자 P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회피했고, 또한 검찰조사 때의 종전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L씨는 뿐만 아니라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서는 ‘진급체포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로 검거돼 정신이 없었고, 돈을 빌려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나 1심인 수원지법 형사7단독 문정일 판사는 2007년 12월 P씨에게 징역 1년2월과 추징금 210만 원을 선고했다.

문 판사는 “L씨는 체포 당시 실시된 소변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둘 사이의 통화내역을 보면 L씨가 P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진술한 만큼 사이가 나쁘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L씨의 법정 증언은 믿기 어렵고, 오히려 그 이전의 진술이 더욱 신빙할 만하다”고 L씨의 번복된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오기두 부장판사)는 2008년 4월 L씨의 종전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P씨의 2006년 10월 메스암페타민 구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2006년 10월 메스암페타민을 매수한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당시 P씨와 L씨가 자주 통화를 한 사정만으로는 범행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증인에 대해 추가 증인신문 절차 없이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 문제가 돼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P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2008도4449)

재판부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1심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그 진술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은 1심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1심 판단이 항소심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심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종전 진술을 번복한 L씨의 법정진술 등의 신빙성을 배척한 1심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1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하는데, 원심은 L씨를 다시 증인으로 신문해 보는 등 추가로 증거조사를 하지도 않은 채 1심 증거들에 기초해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심 판결에는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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