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선 ‘패소’…판결문엔 ‘승소’ 황당…법원 “실수입니다”

대법원, 당사자에 승소와 패소 뒤바뀐 판결문 보낸 주심 판사 구두경고 기사입력:2010-07-29 12:13:0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법정에서 재판장으로부터 자신이 패소한 것으로 들었는데,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은 판결문에서 자신이 승소한 것으로 나와 있다면, 법정에서 들은 ‘귀’를 의심해야 할까 아니면 판결문을 보는 ‘눈’을 의심해야 할까.

또 처음에는 승소한 판결문을 받았는데, 나중에 그것이 실수였다며 패소한 판결문을 받았다면 사건 당사자는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실제로 이런 황당한 일이 법원에서 벌어졌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Y(57)씨는 지인 K(56)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2008년 10월 1심은 “K씨는 Y씨에게 4000만 원을 갚으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Y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해 6월 “원고 Y씨가 피고가 운영하는 연구소에 투자한 4000만 원을 갚으라”며 1심과 같이 판결했다.

그런데 K씨는 항소심 재판이 끝난 후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온 판결문을 받고 어리둥절하기도 기쁘기도 했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판결문에는 1심 판결 내용이 뒤집혀 자신이 이긴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K씨에게 전달된 판결문에는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만큼 1심 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판결 정본’이라는 위ㆍ변조 방지용 바코드까지 찍혀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심 판사의 실수였다. 판결 선고 전에 미리 원고 승소와 패소 내용이 담긴 2개의 판결문을 각각 써두었던 주심 판사가 법원 전산망에 판결문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켰다. 원고가 패소했다는 결과가 담긴 판결문을 잘못 등록했고, 결과적으로 그 판결문이 K씨에게 보내진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원지법은 ‘처음 보낸 판결문은 잘못된 것이고, 두 번째 보낸 판결문이 정본’이라며 정상적인 선고 내용이 담긴 새 판결문을 당사자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K씨는 자신이 승소한 것으로 나와 있는 항소심 판결문과 나중에 패소한 것으로 다시 받은 항소심 판결문을 첨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이날 이 사건에 대한 심리 결과를 선고할 예정이다.

이 사건과 관련 대법원 신동훈 홍보심의관(판사)은 “주심 판사가 선고된 것과 다른 내용의 판결문을 실수로 등록하는 바람에 실제 선고된 판결과 다른 판결문이 송달된 것”이라며 “먼저 송달된 판결문은 잘못 송달된 것이고, 나중에 송달된 판결문이 진정한 판결문”이라고 해명했다.

신 홍보심의관은 “판결은 법정에서 (재판장이) 구두로 선고된 대로 효력을 가지는 것이어서 선고내용과 다른 내용의 판결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따라서 (법정에서) 선고된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기재된 판결문이 송달됐다 하더라도 정당한 판결의 효력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대법원은 이 사건의 주심 판사의 잘못은 인정했다. 신 홍보심의관은 “이번에 실수로 (법원 전산망에) 판결문을 잘못 등록한 판사는 수원지방법원장으로부터 ‘주의촉구’의 구두경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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