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의뢰인 요구 꼭 얽매일 필요 없어”

서울중앙지법 “의뢰인이 요구한 증거서류 제출 여부는 변호사 재량” 기사입력:2010-07-13 16:22:0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변호사가 의뢰인이 요구한 서류를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비록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 결과가 나왔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문적인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변호사의 재량을 넓고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A씨는 2005년 5월 S씨 소유의 호텔에 관해 A씨가 호텔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얻는 대신 S씨에게 경영이익금으로 매월 25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경영관리 위탁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권리와 의무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두 건의 소송이 벌어졌고, A씨는 그 과정에서 K변호사를 사건의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후 A씨는 경영관리 위탁계약과 관련해 S씨가 자신을 기망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라며 S씨의 사기 범죄사실이 기재된 공소장과 다른 사건에서 S씨의 위증과 무고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판결문 사본을 K변호사에게 건네면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K변호사는 제때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고 변론 종결 후에 제출했는데, 결론적으로 A씨 입장에서는 불리한 판결들이 선고됐다.

그러자 A씨는 "K변호사가 소송업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함으로써 불리한 판결을 받게 돼 1억 3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합114245)을 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37민사7부(재판장 임영호 부장판사)는 최근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수임사건을 태만히 했다는 점은 물론 변호사가 주의를 다해 수임사무를 처리했다면 승소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법률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활용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 성실하게 수임사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나, 그 수임사무의 성질상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경험에 기초해 구체적 상황에 대응, 적절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사무 처리는 상당한 범위에 있어 변호사의 재량에 위임돼 있고, 반드시 의뢰인이 요구하는 주장이나 입증 요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설령, 피고가 원고로부터 자료들을 받으면서 증거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더라도, 변호사인 피고는 반드시 의뢰인인 원고가 요구하는 주장이나 입증 요구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신의 법률지식과 판단에 근거해 원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변론과 입증을 했다면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씨가 위증 및 무고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 사건 관리위탁계약이나 원고와는 관련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을 요청한 판결문 사본은 원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출이 필요한 입증자료라고 보기 어려워, 피고가 이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가 제때에 S씨에 대한 공소장을 별도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소장이나 다른 유죄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해서 재판부가 원고에게 유리한 판결을 선고했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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