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물 분실, ‘고가품’ 고지 안했다면 택배 책임 없어

서울중앙지법 “배송품 종류와 금액 명시한 경우만 운송인 배상책임” 기사입력:2010-07-02 13:49:0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택배업체 오토바이 기사가 배달하던 4000만원어치 상품권을 도둑맞았지만 택배업체와 택배기사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왜냐하면 배송 의뢰인이 배달할 물건을 ‘고가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단지 ‘서류’라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각종 상품권 판매업체인 A사는 2008년 9월3일 거래처로부터 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 300매, 50만원권 20매를 보내달라는 주문을 받고, 택배회사 B사에 운송을 의뢰하면서 운송할 물건이 백화점 상품권임을 밝히지 않은 채 단지 ‘서류’라고 고지했다.

B사는 오토바이 택배기사 P씨에게 운송을 지시했고, P씨는 A사의 직원으로부터 운송할 포장박스 물품 1개를 수령할 때 운송할 물건이 백화점 상품권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해 운송의뢰를 받은 대로 운송장에 품명을 ‘서류’라고 기재하고 직원에게 줬다.

그런데 P씨는 이날 다른 운송의뢰를 받은 물건을 받으러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상품권이 담긴 물품박스를 훔쳐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사와 P씨 등은 도난 사고 발생 후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절도범을 검거하지 못했고, 도난 사고 발생 다음날 명동일대의 구둣방에서 도난당한 상품권 중 누군가 현금으로 교환해 간 10만원권 상품권 80매를 회수했다.

그러자 A사는 “운송의뢰를 받은 물품을 인도받았으면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잘 보관해야 함에도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로 상품권을 분실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운송을 의뢰받은 물건이 현금화가 가능한 백화점 상품권이라는 사정을 알았으면 운송을 거절했을 것인데, A사가 서류라고 허위 고지해 일반적인 서류로 알고 배송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약관에 따라 일체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최형표 판사는 최근 상품권 판매업체 A사가 “택배를 맡긴 물품 도난에 대해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며 택배업체 B사와 택배기사 P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단48761)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최 판사는 “화폐나 유가증권 등 고가의 물품은 배달을 맡긴 사람이 종류와 금액을 명시한 경우에 한해 운송인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 A사는 B사에 운송을 의뢰하면서 고가의 백화점 상품권이라는 사정을 고지하지 않은 채 ‘서류’라고만 고지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최 판사는 또 “다만 운송인이 고의로 운송물을 멸실, 훼손한 경우에는 형평의 원칙상 고가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P씨가 이 사건 상품권을 고의로 멸실했음을 인정할 증거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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